19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돌아보면, 환경과 생태의 파괴와 이해집단의 충돌로 인해 여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이 최근에야 비로소 정리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드넓은 대지 위에 섣부른 장밋빛 그림이 그려지고 있어 우리의 조급함이 못내 걱정스럽기만 하다.
토양의 생태복원력 우선
기후변화를 늦추는 해법을 찾아온 토양학자로서 새만금에서 미래의 초록빛 희망을 발견한다. 간척지에서 일어나는 생태천이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세계적인 랜드마크인 동시에,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새만금의 흙은 아직 염분 농도는 꽤 높지만, 탄소 함량은 매우 낮다. 광활한 대지가 처리할 수 있는 탄소의 용량만 생각해도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새만금 면적은 여의도의 43배인 2만8,300㏊나 된다. 이 곳에 우리나라 평균 토양 탄소함량 수준으로 저장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은 어림잡아 약 4,000만 톤으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러한 간척지의 기능을 살리면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명품복합도시를 건설하는 것과, 환경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과, 또 녹색경제허브를 구축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러한 꿈이 착오 없이 펼쳐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새만금 개발에는 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토양의 기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발 계획의 시간표에서 토양과 식생이 저장할 수 있는 탄소의 용량을 계산하면서 그 위에 탄력적으로 주거환경, 생태공원, 습지, 복합상업지구 등을 조성해야 한다. 모든 계획은 토양의 기능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토양에는 탄소가 다양한 종류의 유기복합체로 저장된다. 토양에 존재하는 유기물의 양은 투입과 분해 사이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므로, 토양유기물 함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간척지는 유기물 함량이 매우 낮아 천혜의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다. 토양유기물의 함량이 증가하면 간척지 토양의 구조는 발달하게 마련이며, 그 결과 간척지는 스스로 생태환경을 조성하면서 동시에 탄소를 많이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 앞에 나타난 드넓고 황량한 간척지는 어떤 생각에 의해,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과잉으로 발생한 탄소를 재생 자원화 하여 간척지 토양에 환원시키는 일이다. 새만금 토양 위에 복합도시, 환경생태공원, 인공습지, 경제교역허브 등 무엇이 얹히든 간에, 간척지에 생태 복원력이 생기게 하는 것이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새로 생긴 간척지에도 토양이 탄소를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하자. 나아가 북한의 무너진 산야가 회복될 수 있도록 양질의 유기물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생각할 수 있다.
새만금은 미래에도 사람이 환경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바람은 보편적인 상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았을 때 구현할 수 있다.
미래 친환경 랜드마크로
그 이름을 다시 생각한다. 비록 지리적인 유래에서 생겼다 할지라도 새만금은 '새로운 만금(萬金)의 가치를 지닌 곳'으로 부르고 싶다. 이 처녀지에 초록의 꿈을 싣고 '가지 않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토양에 있는 탄소가 미래의 가치를 통섭하고 그 창고를 열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새만금'을 미래에 푸르게 자랄 '초록이'라 부르고 싶다. 새만금 을 보면서 한반도 유기 순환 축을 구축하는 초록색 꿈을 꾼다.
노희명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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