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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발간… '충성혈서' 박정희,' 징병독려'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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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발간… '충성혈서' 박정희,' 징병독려' 서정주…

입력
2009.11.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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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식민 지배에 협력한 친일 인사들의 행적을 수록한 <친일인명사전> 이 8년간의 노력 끝에 8일 발간됐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이날 서울 효창공원 백범 묘소 앞에서 총 3권, 3,000쪽에 달하는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를 가졌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하는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 편인 이 사전은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4,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해방 이후 행적 등을 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ㆍ홍난파, 시인 서정주, 소설가 김동인, 장면 전 국무총리 등 사회 지도층 인사 상당수가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할 당시 혈서 내용이 공개됐다. 1939년 3월 31일자 만주신문에 따르면 그는 '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라는 혈서를 제출하며 자신을 군관으로 뽑아줄 것을 간청했다.

무용가 최승희는 1942년 '최승희 무용공연'의 모든 수익금을 조선군사보급협회 운영기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 무적 황군이 싱가포르 공략에 성공하고 있는 이때 저는 무용으로 그 기쁨을 축하하게 된 것을 참으로 광영으로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작곡가 안익태는 1938년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에텐라쿠'를 발표했다. 에텐라쿠는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천왕 즉위식 때 연주된다. 홍난파도 1937년 친일문예단체인 조선문예회에 참여했고, 같은 해 9월 중국 바오딩(保定) 점령을 축하하는 '보정함락축하 황군 감사 대음악회'의 수익금을 일본군 위문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방응모는 1933년 조선일보 부사장 때 조선군사령부 애국부에 고사기관총 구입비로 1,600원을 헌납했고, '대동아전과 우리의 결의'(조광 1942년 2월호)라는 글에서 "대동아전쟁은 세계 평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썼다.

시인 서정주는 1943년 일제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동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했던 항공일 행사에 맞춰 '항공일(航空日)에'라는 기념시를 국민문학 10월호에 발표했고, '스무살 된 벗에게'(조광 1943년 10월호), '징병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춘추 1943년 10월호)라는 글을 통해 "일제의 징병에 젊은이와 어머니들이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장면 전 국무총리는 1938년 2월 조선지원병제도제정축하회 발기인에 천주교측 대표로 참여했고, 1943년에는 동성상업학교 교유(敎諭ㆍ일제강점기 중등교원)와 생도들로부터 모금한 항공기 구입비 130여원을 동대문경찰서에 냈다.

특히 김성수 전 보성전문학교 교장(동아일보 설립자), 언론인 장지연, 윤치영 초대 내무부 장관, 이종욱 2대 국회의원 등 독립유공자로 정부 포상을 받은 20명도 수록됐다.

대통령장을 받은 김성수는 1937년 8월 경성군사후원연맹에 국방헌금 1,000원을 헌납했고, 조선에서 징병제 실시가 결정되자 1943년 8월 5일자 매일신보에 "징병제 실시로 비로소 조선인이 명실상부한 황국신민으로 됐다. 500년 동안 문약했던 조선의 분위기를 일신할 기회를 얻었다"는 내용의 징병격려문도 기고했다.

장지연은 1916년 12월 2대 총독으로 부임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를 환영하는 한시를 포함,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조선총독부의 시정(施政)을 미화·옹호하는 글과 한시를 '매일신보'에 여러 편 기고했다. 이종욱은 조계종 종무총장이던 1942년 5월 "'일본어 전해(全解) 운동'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전국 30개 본산에 보냈다.

분야별로는 관료가 1,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찰이 789명이었다. 매국ㆍ수작(작위를 받은 이) 134명, 제국의회 11명, 중추원 297명, 군 230명, 사법 183명, 교육학술 52명, 경제 26명, 언론 40명, 친일단체 395명, 지역 49명, 해외 736명 등이다. 문화계(161명)와 종교계(183명) 인사도 상당수 포함됐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사전 발간이 국민들의 역사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과거를 차분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소와 편찬위는 2015년까지 일제협력단체사전, 식민지통치기구사전, 자료집 등 총 20여권의 친일문제연구총서를 완간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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