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들만 막말을 하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막말도 이와 비슷한 해악을 끼친다. 헌법재판소의 비례대표제 승계금지 위헌 결정으로 5일 뒤늦게 국회에 첫 발을 디딘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신고식에서부터 정부를 비난하면서'삽질정책''국토 절단'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국회 밖이긴 하지만 같은 날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대구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한 말도 비슷하다. 법무부장관을 거친 그는 미디어법 유효 결정을 내린 헌재 재판관들을 빗대"일제시대 전통을 이은 친일 판ㆍ검사들의 유전자가 현재 법조계 고위인사들의 몸 속에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미디어법 재개정 요구를 하기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을 찾아가서는 "사퇴하십시오. 월급이 탐나서 그럽니까"라는 인격 모욕적인 말을 했다. 야당의원들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용산시위 참사자들을 '자살폭탄 테러범'이라고 말해 지탄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의 천박한 언어 사용은 여야가 다르지 않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잔대가리''양아치''졸개'같은 상스러운 단어가 예사로 입에서 나온다. 막말에 대한 무신경, 그릇된 인식과 태도가 원인이다. 막말이 부끄러운 언어습관과 인격을 드러낸다고 여기기보다 오히려 투쟁성과 선명성의 상징으로 착각한다. 동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김진애 의원 발언 때처럼 "잘했어" "새 저격수가 나왔어"라며 부추긴다. 17대 국회 때인 2005년 여야 초선의원들이 국회개혁 10대 원칙으로'막말'금지까지 결의했지만 소용없다.
이래 놓고 한 코미디언의 막말을 탓하며 TV에서 빼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언어에도 격이 있다. 욕만 아니면 어떤 말이든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비판과 공격의 날카로움은 자극적이고 인격 모욕적인 막말에서 나오지 않는다. 더욱이 국회는 의사 표현의 중요한 교육장의 하나이다. 그곳에서 쓰는 언어와 대화방식에 품위와 교양이 없다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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