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중 지음ㆍ예담 발행ㆍ292쪽·1만3,000원
내년에 100주기가 되는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 그가 남긴 90권 분량의 방대한 책은 그에 대한 존경심 한편으로 독자들에게 두통을 안겨준다. 톨스토이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은 없을까.
석영중(50) 고려대 노문과 교수는 주저없이 <안나 카레리나> 를 권한다. 톨스토이가 40대 후반이던 1877년 완성한 이 작품에는 사랑, 결혼, 종교, 윤리, 예술, 죽음 등 톨스토이가 인류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다. 귀족 부인인 안나가 남편도 자식도 다 버리고 잘생긴 귀족청년 브론스키와 애정 행각을 벌이다가 자살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안나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죽는데, 석 교수에 따르면 '왜 톨스토이는 이렇게 안나를 끔찍하게 죽였을까' 하는 의문을 해명하는 것이 톨스토이 문학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안나>
석 교수는 그것은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이 '육체의 사랑'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열네 살 때 창녀와 첫 경험을 한 톨스토이는 하녀, 매춘부, 집시, 유부녀를 가리지 않고 정욕을 채우다가 열아홉 살에 성병에 걸린다. 이후 그는 육체에 대한 욕구와 육체에 대한 증오라는 두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했다.
석 교수는 그것이 왜 톨스토이가 안나를 잔혹하게 죽였는지를 해명해준다고 본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첫 정사를 쾌락과 환희가 아니라 그 어느 장면보다 엽기적이고 공포스럽게 묘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톨스토이는 안나의 죽음을 통해 상류층의 사랑과 연애, 습관과 생활태도, 심지어 그들이 먹는 음식까지 비판하고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안나 카레리나> 야말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톨스토이의 문학적 주제를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안나>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2008)에서 또다른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돈'이라는 키워드로 날카롭게 분석했던 저자의 남다른 눈썰미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등장인물의 복장에 관한 톨스토이의 뛰어난 감각을 이야기하며 "톨스토이가 패션 디자이너가 됐더라면 코코 샤넬이나 이브 생로랑보다 더 성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식의 술술 익히는 문장을 사용하는 등 대중과 호흡하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도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더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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