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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눈물바다' 엉엉 울고 나면 내 안의 설움도 떠내려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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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눈물바다' 엉엉 울고 나면 내 안의 설움도 떠내려가네

입력
2009.11.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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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글ㆍ그림 (사계절 발행ㆍ48쪽ㆍ9,800원)

재수 없는 날이다. 내가 아는 건 하나도 시험에 안 나온다.

웩, 급식 메뉴는 또 어떻고. 내가 무슨 벌레인 줄 아나. 온통 풀 반찬이다. 바보라고 놀린 짝꿍 한 대 쥐어박았다가 괜히 나만 혼났다. 비 맞고 집에 돌아온 것도 서러운데 엄마 아빠 싸움은 그칠 줄 모른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이빨이 날카로운 공룡 두 마리를 그려놓고 "공룡 두 마리가 싸운다"(18쪽)는 글만 써 놓았다. 그리고 밤톨머리의 주인공 아이는 "저녁밥을 남겨서 여자 공룡에게 혼이 났다."(20쪽)

<눈물바다> 는 아이들의 요절복통할 상상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그림책이다. 그림 두 페이지에 글은 딱 한 줄 혹은 한 마디만 있거나 아예 없다.

그림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유머도 느껴지지만, 마음이 덩달아 아파진다. 아이들도 학교생활, 집안생활에 화가 나는데 그렇다고 아빠처럼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엄마처럼 소리를 꽥 지를 수도 없다. 아이들은 그럴 때 눈물이 난다.

엄마에게 혼나고 잠이 든 아이의 꿈 속에서, 아이가 훌쩍이며 흘린 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익숙한 것들이 떠내려 간다.

나를 괴롭히는 배추머리 담탱이(담임 선생님), 맛없는 음식만 골라 내놓는 감자머리 학교급식 주방장, 호박같이 못 생긴 짝꿍과, 0점짜리 시험지, 두 마리 공룡까지.

그들이 자신의 눈물이 만든 바다에 떠내려 가는 것을 보고 "야호" 하고 환호성을 지르던 것도 잠시, 아이는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잠자고 있던 침대보를 걷어서 구해준다. 그리고 그들을 빨랫줄에 널어넣고 드라이기로 말려준다. 아이는 말한다. "모두들 미안해요, 하지만… 시원하다, 후아!"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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