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의 유럽 자회사 오펠(Opel) 매각계획 철회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돌연한 매각협상 포기에 반발, 오펠 노동자들은 5일 대규모 파업시위에 나섰고 오펠 매각에 자금지원을 해온 독일은 미국을 상대로 외교전을 불사할 태세다.
이날 오펠 자동차 본사가 있는 독일 루셀세임에서는 1만여 오펠 노동자들이 공장을 멈추고 시내 중심가에서 반 GM 집회를 열어 GM의 갑작스런 변심에 강력 반발했다. 노동자들은 GM과 오펠의 로고가 새겨진 검은 관을 들고 행진했으며 "GM은 꺼져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규탄시위를 벌였다. 크라우스 프란츠 오펠 노조위원장은 "GM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제로이며 그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오펠 본사에는 2만5,000명 가량이 근무한다. 오펠 노동자들의 반발에는 GM의 매각 포기 후 뒤따를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와 관련,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도 "일자리는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GM을 압박했다.
대량해고를 막으려고 오펠 매각을 위해 45억 유로 규모의 자금지원에 나섰던 독일은 미국 정부에 항의 신호를 보내는 등 양국간에 미묘한 갈등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GM결정에 우려를 제기하면서"독일정부가 GM에 지원한 자금을 회수하고 GM이 오펠과 관련한 새로운 계획을 빨리 내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GM 이사회의 결정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양 정상은 오펠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가 오펠 인수에 관여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거만한 태도"라며 GM의 처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GM은 지난 3일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에 따라 수개월간에 걸친 캐나다 자동차부품회사 마그나 및 스베르방크 컨소시엄과의 매각협상을 포기하고 직접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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