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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제품만 선호하던 公기관 '타성의 벽'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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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제품만 선호하던 公기관 '타성의 벽' 허물다

입력
2009.11.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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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포인트 끌어올리기가 생각보다 힘드네요."

권태균 조달청장은 10%포인트의 벽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고 했다. 원래 목표는 '20%포인트 높이기'였고, 도저히 힘들 것 같아 10%포인트로 하향 조정했는데도 이 역시 만만치 않다고 했다. 취임 이후 그가 매달 챙기고 있는 이 '퍼센테이지'는 바로 정부ㆍ공공기관의 중소기업 PC구매율이다.

그는 지난 1월 정부 구매업무를 총괄하는 조달청장으로 부임한 뒤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지난 해 "정부기관이 나서서 중소기업 제품을 사줘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ㆍ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이용상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PC 80%, 중소기업PC 20%'라는 충격적인 실태를 접한 것이다.

민간부문과 비교해보니, 충격은 더 컸다. 민간은 대기업PC와 중소기업PC의 점유율이 50대 50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중소기업PC가 많을 줄 알았어요.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중소기업 지원명분도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수치를 보니 공공부문이 민간보다도 오히려 중소기업PC를 더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권 청장은 즉각 '중소기업PC 구매작전'에 돌입했다. 첫 작업은 중소기업PC를 기피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 이를 위해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가 '중소기업PC의 부실한 애프터서비스(A/S)'를 꼽았다. A/S가 문제지, 품질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권 청장은 A/S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형편상 해답은 공동A/S망 뿐. "중소PC업체들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 탓에 도무지 협력이 안되더라구요. 조달청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 다니며 '이것만이 살길'이라고 읍소하다시피 해서 11개사가 결국 A/S공동운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정부ㆍ공공기관의 중소기업PC구매는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19.5%에 그쳤던 중소기업PC 이용률은 1분기 26.9%, 2분기 27.5%로 올랐고, 3분기에는 30%벽도 돌파(30.9%)했다.

올 들어 조달청이 각 기관요청으로 구입한 중소기업PC는 작년보다 50%나 늘어났다. 권 청장은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조달청 직원들이 각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 심지어 '중소기업PC 이용율을 기관별로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고, 그러자 여기저기서 조달청이 월권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 비율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방심'한 사이 30%를 넘었던 중소기업PC 이용률은 최근 28%대로 다시 떨어지기도 했다. 권 청장은 이를 일종의 '행정편의주의'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A/S도, 품질도 아니었다.

중소기업을 돕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새로운 길(중소기업PC)을 찾기보다는, 그냥 편한 길(대기업PC)을 가겠다는 공직사회의 뿌리 박힌 타성이 문제였던 것이다.

권 청장의 원래 계획은 중소기업 PC 구매율을 연말까지 40%로 올리는 것이었지만, 달성시기를 1년 연기했다. 권 청장은 "구매 실적을 공개 등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년엔 40%로 반드시 끌어올리겠다"면서 "PC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제품도 중소기업 구매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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