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분들이라면 'CD금리'라는 말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나라 대출자 대부분이 선택하는 변동금리형 대출의 기준이 되는 것이 CD금리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CD금리가 한참 오르면서 '앞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는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CD금리를 둘러싼 궁금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 CD는 뭔가요? CD금리를 알자면 먼저 CD가 뭔지 알아야겠죠? CD(certificate of deposit)는 우리말로 '양도성예금증서'라 부릅니다. 은행의 정기예금 증서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만기가 되기 이전에 중도 해지는 금지되어 있지만 양도가 가능하므로 자금이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자금은 필요한데 단기적으로 당장 자금 확보가 어려울 때 같이 자금수요에 따라 발행규모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현재 CD를 발행하는 곳은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외국계은행 지점 등입니다.
CD는 매입하는 주체에 따라 대고객 CD와 은행간 CD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체의 95% 이상이 대고객 CD입니다. 대고객 CD의 매수고객은 개인, 일반법인, 연기금 및 지방자치단체 및 비은행금융기관 등입니다.
CD금리는 뭐죠?
CD금리는 CD라는 채권에 매겨진 수익률을 뜻합니다. 가령 3개월 만기의 CD가 연 2.5% 금리로 발행됐다면, 3개월 후 CD를 들고 오는 고객에게 연 2.5%의 이자를 쳐 준다는 뜻이죠.
CD는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단기상품으로 꼽힙니다. 단기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단기상품은 콜, 환매조건부채권, CP(기업어음), CD, 표지어음, 통화안정증권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CD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가장 큽니다.
매일 고시되는 CD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두 차례 CD 거래실적 상위 10개 증권회사로부터 신용등급이 'AAA'인 은행의 CD 발행물에 대한 거래수익률 또는 호가수익률(거래가 없는 경우)을 통보받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와 가장 낮은 수치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평균치를 내 결정합니다.
CD금리는 왜 변하죠?
먼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볼까요? 9월 들어 CD금리 변동에는 자산운용사의 매수 여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올 8월말 연 2.57%였던 CD금리가 9월말 연 2.75%까지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평소 CD를 많이 사들이던 자산운용사의 매수 여력 감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사의 주요 자금원인 MMF(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수신규모가 8월에는 6조4,000억원, 9월에는 16조원이나 줄어들면서 CD를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게 된 겁니다. 수요가 적어지면서 CD의 인기가 떨어지게 됐고 이는 곧 CD가격의 하락, 즉 CD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또 하나는 기준금리의 등락입니다. 보통 CD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와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는데요. 한국은행이 올 2월 이후 기준금리를 계속 2.0%로 동결함에 따라 CD 금리도 4월 이후부터 8월 초까지 무려 4개월 동안 2.41%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타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에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 같다는 예상들이 많아지자 CD금리는 이를 미리 반영해 오르기 시작했죠.
또 정부가 그 동안 시중에 공급했던 유동성을 조만간 회수할 것 같다는 예상도, 은행들에게 미리 CD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고자 하는 마음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CD금리를 올리게 됐습니다.
CD금리가 오르면 가계나 기업은 어떤 영향을 받나요?
CD금리에 연동된 대출이 많아서 CD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도 따라 오르게 되고, 그만큼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집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은행권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235조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무려 84%인 197조4,000억원이 91일 만기인 CD금리를 따라 오르내리는 'CD 연동형 대출'이었습니다. 따라서 CD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기존 대출자들의 연간 이자 부담은 전체적으로 1조9,740억원이나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죠.
또 중소기업대출의 경우에도, 40% 가량이 CD금리에 연동되고 있어 CD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대출 이자비용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CD금리 상승에 의한 이자 비용 상승은 재무 상황이 어려운 한계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가계나 기업이 CD금리 상승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CD賻??대신할 대출 기준을 찾는 작업도 진행중이라죠?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거나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CD를 발행해 판매하는 방법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의 수신 중 CD가 차지하는 비중은 10.9%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올 9월말 현재 은행기관 수신 중에는 정기예금(361.6조원)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수시입출금식예금(283.2조원), 은행채(195.2조원), CD(111.6조원)였습니다.
이처럼 전체 수신의 10분의1에 불과한 CD를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다 보니 자칫 CD금리만 비정상적으로 낮을 경우, 간혹 대출금리가 실질적인 조달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실제 최근에는 CD금리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CD금리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훨씬 많이 떨어졌는데요. 작년 1월 1.27%포인트였던 두 금리의 차이는 올 9월 3.13%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그래픽 참조) 그래서 이미 1년 짜리 예금금리 또는 은행채 금리를 대출의 기준으로 삼는 은행도 있습니다.
CD금리를 대신할 지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금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정기예금ㆍ정기적금 등 순수저축성 예금과 CDㆍRPㆍ표지어음 등 시장형 상품 등의 금리를 조달한 금액만큼 가중 평균해 구하기 때문에 대출자금 조달 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리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실질 조달비용이 반영될 경우, 오히려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점 등 때문에 가계에 이롭지 만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기관은 시중 금리 현황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는 변동형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 산정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금융기관과의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연구위원
■ 풀어읽는 키워드
● MMF란?
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s)의 약자입니다. 자산운용회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후,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미만의 CPㆍCDㆍ콜 따위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만기 30일 이내의 초단기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올 9월말 현재 자산운용사의 수신 345조9,000억원 중 79조원을 차지해 주식형펀드(131조원) 다음으로 비중이 큽니다.
■ 꾸준히 내려 앉던 CD금리 8월초↑
10월초까지 0.4%포인트 상승 "대출금리 올라 이자폭탄 우려"
올 들어 CD금리는 여느 해보다 유별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경기침체를 맞아 정부가 시중에 대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2%까지 낮추면서 올 초 연 3.9%대로 출발했던 3개월(91일) 만기 CD금리는 4월 중순 연 2.41%까지 빠르게 내려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CD금리는 무려 4개월 가까이 꼼짝도 하지 않는 '희한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우선 기준금리가 2%에서 계속 동결됐던 게 컸습니다. 또 정부가 풀어놓은 유동성 덕분에 은행들의 단기자금 여력이 넉넉해지면서 은행들이 굳이 CD를 발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도 주된 이유였지요. 여기에 대출금리 안정을 바라는 정부의 의중을 읽은 시중은행들이 더더욱 CD발행을 꺼렸던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8월초 CD금리는 다시 비상하기 시작합니다. 8월6일, 4개월의 침묵을 깨고 연 2.42%로 0.01%포인트 오른 CD금리는 일주일 뒤(13일) 하루에 0.03%포인트가 다시 뛰면서 본격적인 오름세를 탔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몇몇 은행들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수준보다 약간씩 금리를 높여 CD를 발행하기 시작한 거였지만 시장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한 자리에 묶여 있던 부작용'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해석했습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였지만 경기 회복세를 감지하고 다른 시중금리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타는 가운데도 CD금리만 유독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특히, 올해 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이를 CD금리가 미리 반영한 측면도 컸습니다.
이후 CD금리는 10월초까지 두 달 동안 0.4%포인트나 오를 정도로 가파르게 뛰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대출금리가 따라 오르니 앞으로 '이자폭탄'이 우려된다"는 볼멘소리가 튀어 나올 정도였죠.
하지만 올해 안에 연 3%도 넘을 것 같다던 CD금리는 요즘 다시 잠잠한 상태입니다. 지난달 8일 연 2.8% 고지를 넘어선 뒤, 최근까지 다시 평행선(6일 현재 연 2.79%)을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은이 연내에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을 시사하면서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많이 올랐던 은행채 등 시중금리가 다시 하락세를 보인 것이 CD금리의 추가인상을 막고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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