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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빙판의 악동/ 안양 한라 이권재 투혼의 '인포서' 임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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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빙판의 악동/ 안양 한라 이권재 투혼의 '인포서' 임무 눈길

입력
2009.11.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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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의 '열혈남아' 이권재(26)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인포서(Enforcer)'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선수다.

'인포서'는 보디 체킹이 허용되고 주먹다짐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생겨 난 역할이다. 저돌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며 팀 사기를 끌어 올리고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임무를 수행한다. 때에 따라서는 주먹을 휘두르는 '악역'도 불사한다.

포인트(골+어시스트)를 많이 올리지 못하고 빙판에 나서는 시간도 많지 않지만 공헌도는 '에이스'에 못지 않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경우 '인포서'는 팀 간판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흥행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경우 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인 탓에 '인포서'의 존재는 두드러지지 못한다. 팀을 위해 희생하지만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지 못하는 쓸쓸한 존재다. 그러나 이권재는 매 경기 온몸을 내던지며 투지를 불사른다.

183cm 95kg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그는 강력한 보디 체킹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분위기가 험악해질 경우 가장 먼저 빙판을 내닫는다. 거구의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몸이 부숴져라' 보디 체킹을 날린다.

이권재는 강력한 보디 체킹과 불 같은 투혼으로 아시아리그에 참가한 일본 팀들 사이에 '공포의 존재'로 각인됐다. 일부 일본 선수들이 '옆에 지나가기만 해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할 정도다.

영화로 치면 조연 중에서도 '악역'을 맡고 있는 셈이지만 이권재는 자신의 존재가 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꺼이 팀이 원하는 임무를 다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힌다. 그는 "축구 대표팀도 다들 예쁜 플레이만 해서는 이길 수 없듯이 아이스하키에도 저 같은 선수가 있어야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여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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