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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재산 판 후손, 돈으로 반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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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재산 판 후손, 돈으로 반환" 판결

입력
2009.11.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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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후손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친일재산을 이미 처분했다면 국가가 돈으로 대신 환수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친일파 땅을 사들인 제3자에게서 재산을 몰수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가가 재산을 매각한 후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은 첫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조원철)는 국가가 "친일재산을 팔아 챙겨 얻은 4억5,000여만원의 이익을 반환하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 민병석의 후손 민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민병석은 1910년 한일합병 체결에 적극 가담했으며, 그 공로로 일제로부터 자작(子爵) 작위를 받고 조선왕실을 관리하는 이왕직장관(李王職長官)에 올랐던 인물이다.

재판부는 "민씨가 물려받은 경기 고양시 일대 1,640㎡ 토지는 민병석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부여받은 각종 이권과 특권을 통해 매수한 땅"이라고 전제한 뒤 "토지 자체를 반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해당 토지를 민씨가 제3자에게 판매해 반환할 수 없게 된 만큼 판매대금을 대신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는 후손들이 토지를 매각한 경우 이를 취득한 제3자에게 몰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친일재산임을 모르고 토지를 구입한 제3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해 환수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 판결로 국가는 제3자에게 매각된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관계자는 "법리에 따른 당연한 판결로 친일재산 환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조선 왕족의 종친으로 친일행위를 한 이해승의 후손 등 다른 친일파 8명의 후손에게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친일파 땅 환수에는 어려움이 많다. 조사위는 지난달 말까지 친일파 114명이 소유했던 845만㎡ 토지(시가 1,620억원)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 환수가 확정된 것은 100만㎡에 불과하다.

환수결정이 내려지면 친일파 후손들이 귀속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내 시간을 끌기 때문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대다수 재판은 조사위의 승소로 끝난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최대한 친일파 재산 환수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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