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의결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언론계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합편성(종편) 채널 등 방송에 진출하려는 신문사와 대기업 등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하다. "처음 출범하는 방송에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며 "세제지원, 채널 지정문제 등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하겠다"고 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종편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신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의무송신지위란 공익적 성격이 강한 채널을 유선방송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송신할 것을 법으로 강제한 것이다. 현재 케이블TV 시청가구가 1,500만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업채널을 지향하는 종편 채널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 중 재송신이 보장되는 방송은 KBS1과 EBS 뿐. 중계방송 사업자들과 개별 계약을 통해 방송을 재송신하는 MBC, SBS 등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KBS2와 MBC 등 지상파 채널이 의무송신 대상에 들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종편을 의무송신 채널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케이블TV협회의 관계자는 "종편 채널을 송신하려면 기존 채널을 빼야 하기 때문에 케이블로서는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종편 채널이 방송의 허가ㆍ승인 유효기간, 편성규제 등에서 지상파보다 규제를 덜 받도록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위는 종편 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허가 및 승인유효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반면 지상파는 3년마다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편성 규제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경우 국내 제작프로그램 비율이 60~80%가 돼야 하지만 종편 채널은 20~50%만 충족하면 된다.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도 지상파 방송은 전체 방송시간의 40% 이내인 반면, 종편 채널은 15%에 불과해 애초 종편 허가 이유로 내세웠던 국내 영상산업 활성화 원칙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종편 채널이 사업 초기에 쇼ㆍ오락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큰데도 간접 및 가상광고를 허용해 오락 프로그램 등의 자체 제작 비율이 낮은 지역 지상파 방송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했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간접 및 가상광고의 도입으로 지역 방송은 물론 신문사도 광고수주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은 '채널 연번제(홈쇼핑 채널끼리 묶어 뒷번호대로 보내고 12번대 이하 지상파 채널 사이에 종편을 배치하는 것)'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송도균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새롭게 선정될 종편 채널을 위한 채널배정 문제는 (방통위에서) 논의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다"며 "종편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채널번호를 (지상파와 비슷한 '황금채널'에) 배정할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일축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SO의 상호 보유 지분을 33%로 규정한 것은 신문사와 대기업 등이 SO 사업에 진출한 후 지상파 방송을 우회 장악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33%만으로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신규 방송 사업자가 시장에서 살아 남도록 종편 의무송신지위 부여 등 여러 가지 특혜를 주고 있다"며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하도록 한 것도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는 6일 방통위의 방송법 후속조치 중단 촉구 및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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