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like to deposit some money." (돈을 입금하고 싶습니다)
"Okay. How much would you like to deposit?" (네, 얼마나 입금하실 건가요?)
"I'd like to deposit 100 dollars." (100 달러를 입금하려고 합니다)
"Alright, I'll do that for you right away." (알겠습니다. 지금 곧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지난달 11일 서울 강북구 인수동의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에선 국민은행 영어캠프 심화학습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 수업이 한창이었다. 은행에서 쓰는 'deposit(입금하다)'이란 용어를 처음 접한 어린이들은 낯설어 했지만, 원어민 교사와의 대화에 자신감이 붙은 어린이들은 "money"를 연발하며 말문을 트려고 노력했다.
이후 원어민 교사와 몇 번 돈을 주고 받으며 표현을 익힌 후로는 능숙하게 대화를 나눴다. 국민은행이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중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의 하나인 'KB 국민은행 청소년 영어캠프'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영어캠프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참여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생 중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소년소녀 가장, 모(부)자 가정 자녀, 조손 가정 자녀 등이다. 서울시에서 각 지역 교육청으로 추천 공문을 발송하면 학교장 추천으로 선정된다. 매년 2,000~3,000명의 초등학생들이 학교장 추천을 받아 국민은행의 후원으로 단기 영어캠프 체험을 해 왔다.
이날 졸업식을 가진 심화학습 프로그램 참가 어린이들은 단기 캠프 참가 학생 중 선발된 100여명의 우수 학생들이다. 국민은행 사회협력지원부의 유아린 대리는 "단기 캠프는 체험 위주여서 실질적인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체계적인 학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심화과정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시작해 이번에 종료된 프로그램이 2회째다.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의 정순향 교수부장은 "매월 1회씩 토ㆍ일요일에 1박2일 합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방학 때는 지방 영어캠프에 가서 체험학습 위주로 9박10일 캠프를 한다"며 "학생들의 수준과 영어학습 분야별로 학습 목표를 정하고 숙제까지 내준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원래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의 프로그램은 5박6일, 1박2일, 9박10일 등 단기 프로그램이며 이런 1년짜리 프로그램은 없었다"면서 "국민은행 영어캠프를 위해 체계적으로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의 손종국 대리는 "'초등학생 용 토익 시험'이라 부를 수 있는 JET 테스트를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해 자신의 영어실력 향상 정도를 학생들이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JET 테스트를 매월 실시한 결과 처음보다 평균 12점 가량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참가 어린이들은 "이보다 좋을 순 없다"는 반응이다. 이광희(초당초) 군은 "JET 성적이 20점이나 올랐다"면서 "원어민 교사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거의 모든 수업을 원어민 교사가 지도하니까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호진(토성초)군은 "외국인 선생님을 처음 대할 때는 말문이 막혔는데 지금은 아는 말은 적극적으로 하고 선생님이 묻는 말에도 대답을 잘 한다"고 자랑했다.
학교나 학원에서 원어민 교사에게 영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이현지(남사초) 양은 "전에는 다른 과목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영어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졌다"며 "우리 학교에도 2학기부터 외국인 선생님이 오셨는데 영어캠프 덕분인지 말하기, 듣기 모두 자신 있게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삼선초) 군은 "학원이나 방과후 수업 중에도 외국인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이 있지만 일반 과목처럼 교재로 진도 나가는 식"이라면서 "영어캠프는 필기 숙제도 있고 교재도 있지만 상황에 따른 표현을 체험을 통해 배워 더 재미있고, 말하는 실력도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리는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부모들도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2007년부터 진행됐던 1기 심화학습이 끝나고 학부모들에게 전화통화나 설문조사를 했는데 자녀들이 손 들고 먼저 발표를 잘 하게 되는 등 수업태도가 크게 좋아졌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했다.
영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요즘 중산층 이상 부모들은 방학 동안 100만원 이상 드는 국내 영어캠프는 물론 1,000만원 가까이 드는 고가의 해외 영어캠프까지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초빙한 원어민 강사의 수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과 직접 대화하며 영어에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영어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또다시 이런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이효정(삼선초) 양은 "같이 숙식을 하다 보니 친구들과 정말 친해졌고 영어실력도 많이 늘어 졸업이 너무 아쉽다"며 "할 수만 있다면 더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미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거친 아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터뷰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모두 안타까워했지만 곧 "즐거운 경험이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 국민은행의 청소년 후원사업
국민은행은 2006년 10월 금융권 최초로 사회공헌 전담부서인 사회협력지원부를 신설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왔다. 국민은행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에 대한 후원이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도 공평한 배움과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전개하는 다양한 사업 중 '국민은행 영어캠프'와 더불어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업은 'KB희망공부방' 사업이다. 2007년 4월 서울, 포항 등 전국 10개 지역아동센터를 KB희망공부방으로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전국 26개 공부방을 정해 이달까지 2차 연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선정된 공부방에는 시설개선 및 공부방 교사 지원, 대학생 학습지원 봉사자 파견, 학습 부진 청소년 성적향상 프로그램 등을 후원한다. 특히 학습 능력이 무수한 학생과 잠재력은 있으나 기초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을 나누어 능력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국민은행의 청소년 학습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KB아카데미'와 'KB작은도서관' 등을 들 수 있다. KB아카데미는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는 복지사들이 아동에 대한 이해, 학습지도방법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재충전하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다. 지난해 민간기업 최초로 서울 공덕동 및 수원 팔달구 두 곳에 개관한 후 1,823명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어 올해 6월에는 대전 중구에도 열었다.
'KB작은도서관'은 소외지역 청소년들의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문화 및 교육 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후원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 강릉 안동 여수 제주 등 10개 지역 도서관을 개관했고 베트남에도 작은도서관 2개소를 조성했다. 올해는 전주 청주 부산 고창 등에 작은도서관을 개관했고, 10월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11월에는 직원들이 모금한 성금으로 전라남도 순천시에 작은도서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이 청소년의 '학습'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점심을 굶는 결식아동을 위한 '행복한 밥상' 사업은 학기 중에는 급식비를 지원하고, 학교급식이 중단되는 방학기간에는 임직원들이 밥과 찬거리, 간식, 목도리 등 계절별 필요용품을 넣은 식품선물세트를 제작해 발송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01개 학교 1,800여명의 결식아동에게 급식을 지원했고, 올해 3월부터는 전국 115개 학교 1,856명의 급식비를 제공하고 있다. 결식아동을 위해 급식 지원뿐 아니라 사회복지사와의 1대1 사례관리, 문화체험 등을 다방면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밖에 국립극장 내 청소년을 위한 원형 극장인 'KB 청소년하늘극장'을 개관하고 청소년에게 박물관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 노닐기' 사업 등 다양한 청소년 후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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