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운전하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똥침 맞아요"
2011년 추석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던 김 부장. 고속도로를 3시간 정도 주행하자 슬며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내려오려는 찰나 김부장의 눈이 번쩍 뜨인다. 좌석 시트 중앙 부분이 '부르르' 미세한 진동을 일으킨 것.
본인은 민감한 부위의 충격에 놀랐지만 조수석의 딸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 김부장은 그저 졸음을 깨워 준 시트가 고마울 뿐이다. 김부장은 딸에게 웃어 보이며 속으로 말한다. '고맙다 햅틱(Haptic)시트야!'
자동차 시트가 진화하고 있다. 최근 BMW나 에쿠스, 체어맨에는 안마를 해주는 시트가 등장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안락함을 최고로 여겼던 시트는 최근 각종 전자 장치, 신소재와 결합, 안전성과 함께 친환경 모드로 발전하고 있다.
5일 경기 화성시 롤링힐스에 국내 최고의 자동차 시트 전문가 2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동차 시트의 신기술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으로 일부 개발 제품도 전시돼 시트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햅틱 시트. 햅틱은 원래 '만지다'라는 뜻으로 인간의 촉각 피드백을 응용한 기술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폰, 터치 스크린 등도 햅틱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자동차 시트에는 햅틱이 어떻게 적용되는 걸까? 운전자의 동공을 감지하는 센서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운전자가 조는 반응을 보일 경우 차에 내장된 컴퓨터가 이 정보를 처리, 시트 내부에 있는 진동 유닛을 구동하는 원리다.
진동 정도는 운전자에게는 강하게 느껴지지만 옆 좌석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휴대폰과 터치 스크린이 인간의 촉감으로 정보를 수집, 작동하는 것과는 반대로 수집된 정보로 촉감을 통해 인간을 자극하는'촉각 피드백' 원리다. 졸음 방지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향도 알려준다. 내비게이션에 좌회전 표시가 들어 올 경우, 시트 좌측 부분이 진동한다.
햅틱 기술을 통한 졸음 방지와 방향 전환 정보 전달은 세계 최초로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것. 현재 특허 출원 중에 있다. 세계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음성으로만 졸음 경고를 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우리 기술이 한 단계 앞서 있다는 평가다.
햅틱 시트를 설계한 오진욱 현대차 시트시스템설계팀 연구원은 "음성보다 촉각에 훨씬 인체 반응이 빠르고 높다는 점을 응용한 것"이라며 "이미 연구가 끝나고 시연 단계임을 감안하면 빠르면 2011년께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고분자 전도 물질을 이용한 열선 없는 친환경 시트, 충돌 시 오그라들면서 운전자를 밀착하는 시트 등 20여 종의 신기술이 선보였다.
화성=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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