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6시반.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 '칫솔''무적전설''버섯돌이' 등 희한한 별명을 가진 사람들 다수가 속속 모여들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알아주는 블로그 운영자(파워 블로거)들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한 기업의 블로그 정책을 자문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초청한 기업은 국내 최대 통신업체 KT. KT는 기업 블로그(blog.kt.com)를 개설(11일)하기에 앞서 파워 블로거들을 초청, 자문을 구할 정도로 블로그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KT가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블로그가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속속 블로그를 개설하며 소비자와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다. 다음주 블로그 개설을 앞둔 KT를 비롯해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롯데, CJ 등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27개사가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SK텔레콤의 로밍 서비스, LG전자의 홈시어터 등 제품 및 서비스 블로그부터 롯데관광의 여행 정보, CJ나눔재단의 사회 공헌 활동, 삼성투신운용의 펀드 강좌 등 정보성 블로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기업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는 소비자와 의견 교환 창구를 늘리고 위기 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블로그는 단순 홍보성 홈페이지와 달리 소비자 의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철기 KT 홍보실 차장은 "소비자와 소통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한다"며 "일방적 기업 홍보가 아닌 소비자들과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블로그 전담 직원까지 배치해 거의 실시간으로 소비자들과 블로그에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KT의 경우 최근 사업 부서별로 1명씩 총 15명의 블로그 전담 직원들을 뽑았다. 이들은 사업부별로 주요 이슈 등을 주 1회 정도 블로그에 게재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들은 위기 관리에 블로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발빠른 대응으로 부정적 의견들이 인터넷에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 미국 항공사 제트블루 사례다. 비행기를 탄 승객이 부인과 떨어져 앉게 되자 분을 못 참고 비난성 글을 미니 블로그인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본 제트블루는 불과 15분만에 이들 부부가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감동받은 승객은 다시 트위터에 제트블루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렸다.
KT도 최근 "KT가 아이폰의 무선 인터넷 접속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애플에 요구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KT 불매 운동 조짐이 일자 8월에 개설한 트위터를 통해 발 빠르게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일일이 해주면서 오해를 풀었다.
블로그 전문가인 이중대 에델만코리아 이사는 "기업들이 블로그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기업들이 제대로 된 블로그 운영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며, 직원들이 블로그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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