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김성수씨 모두 톱스타들인데 디자인이 나올 때마다 '와우'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니까 작업이 즐거울 수밖에요. 권상우씨는 라이더재킷이 너무 맘에 들어서 미국 뉴욕 촬영 내내 입고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상품이 되는 시대, 그들의 패션 감각을 훔치는 신개념 패션 브랜드가 탄생했다. 바로 권상우의 '더 가이'(THE GUY by 권상우)와 김성수의 '디어 젠틀맨'(Dear.Gentleman by 김성수)이다.
CJ오쇼핑이 홈쇼핑 채널과 5일 오픈한 온라인 스타숍 셀렙샵(www.celebshop.co.kr)을 통해 선보였다.
제일모직이 이탈리아산 수입 가죽(더 가이)과 자사의 150수 극세사 울 원단(디어 젠틀맨)을 사용해 생산하고,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가세하는 등 화려한 면모를 자랑하는 이들 브랜드 뒤에는'스티브 & 요니'라는 숨은 주역이 있다.
스티브 & 요니는 영국 런던에서 캐주얼 브랜드 '스티브 요니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디자인 제의를 받았을 때는 '홈쇼핑 패션=싸구려'라는 잘못된 인식 탓에 갈등이 많았어요. 디자이너로서 '막장'으로 가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하하."
듀오 디자이너 스티브 & 요니(한국명 정혁서 배승연)는 영국 런던컬렉션에서 활동하며 유럽 패션계로부터 '차세대 스타'로 인정받는 신예들이다.
스티브는 영국 패션 학교 세인트마틴스쿨을 한국인으로는 처음 수석 졸업했고 요니는 럭셔리 브랜드 키사의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한 실력파.
견고한 테일러링를 바탕으로 이질적인 문화와 아이디어를 결합한,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컬렉션으로 정평이 높다. 2006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수상하며 국내에도 알려졌고 최근엔 서울패션위크와 부산프레타포르테에도 초청될 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
홈쇼핑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은 기획 회의를 하면서 바로 깨졌다. 스티브 & 요니가 브랜드 컨셉과 디자인을 내놓으면 권상우와 김성수가 각자의 취향에 맞춰 상품을 고르고 정윤기가 구체적인 스타일링을 더하는 식의 협업 과정은 그 자체가 기존의 연예인이나 디자이너 이름만 걸어 놓는 스타 패션과는 차원이 한참 달랐다.
고가 원단을 고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CJ오쇼핑 측은 제품의 희소성 유지를 위해 스타일별로 500장씩 한정 생산하며 완판되면 재생산하지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고급 원단을 사용하지만 가격은 홈쇼핑 및 온라인 유통의 강점을 살려 다운재킷은 9만9,000원대, 가죽점퍼와 무스탕류는 50만~60만원대를 유지했다.
"흥미로운 건 이 브랜드들이 다음 시즌엔 새로운 스타가 더 영입될 수도 있고 여성복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 열린 브랜드라는 점이에요. 이번엔 권상우 김성수씨가 저의 뮤즈였지만 다음 시즌엔 또 달라질 수 있어요."
디자인의 뮤즈였던 권상우 김성수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권상우씨 처음 봤을 때 정말 머리 뒤에서 후광이 번쩍번쩍 하는 느낌이었어요. 스타의 아우라가 대단해요. 실제 나이는 30대 중반인데도 몸매는 호리호리한 20대일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도 놀랍고요.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등 액티브 라이프를 즐기기 때문에 브랜드도 캐주얼하게 풀었어요."
김성수와는 영국의 전통 있는 맞춤 양복점 거리 새빌로를 함께 거닐며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김성수씨는 모델 출신이라서인지 각이 제대로 잡혀서 정장이 아주 잘 어울려요. 클래식 스타일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지닌 20, 30대 남성들에게는 교본이 될만합니다."
스타의 이름을 앞세우긴 했지만 '더 가이'나 '디어 젠틀맨'은 스티브 & 요니에게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디자인한 옷을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판매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
"첫 술에 배부르랴 생각하지만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는 듀오는 "그런데 잘 될 것 같아요. 직접 사고 싶은 것도 많아서 벌써 몇 벌은 주문하자고 입을 맞췄거든요"라며 활짝 웃었다.
"7년차 디자이너가 퇴직하면 '통장 잔고는 제로(0)에 샘플만 산더미'라는 소리가 있어요. 디자이너들은 원래 옷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돈 벌어서 결국 옷 사는 데 다 쓴다는 거죠. 그래도 좋은 걸 어떻게 해요."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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