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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경연대회 대통령상 '대구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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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경연대회 대통령상 '대구 중구청'

입력
2009.11.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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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낮 대구 중구 도심의 한 어린이집. 100여m 떨어진 중구청 교통과에 근무하는 장재한(42)씨가 이른 점심을 먹고 들어서자 아들 규제(6)가 엉엉 울며 매달린다. 친구하고 놀다가 부딪혔단다. "눈물 짜지 마라, 잘 생긴 얼굴 망가진다."장씨는 익살을 섞어 능숙하게 아이를 달랜다.

장씨에게는 11년째 이어진 익숙한 풍경이다. 두 딸에 이어 막내 규제까지 이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등하원길 보디가드는 물론, 점심시간 놀이동무도 늘 그의 몫이었다. "여자는 출근 준비하려면 화장도 하고 더 바쁘잖아요. 아이를 안고 가야 할 때도 힘 좋은 남자가 낫지요."

그런 그도 같은 중구청 공무원인 아내 조현주(36)씨 앞에서는 "애 뒷바라지뿐인가. 내가 설거지에 가끔 밥도 하니까 셋이나 낳은 거지"라며 공치사를 늘어놓는다. 조씨는 "당연히 할 일 갖고 생색은…"이라며 가볍게 눈을 흘기면서도 "솔직히 고마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육아 책임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장씨 사례는 대구 중구청에서 그리 별난 얘기가 아니다. '산후 아버지교실', '아빠와 함께하는 예방접종', '예비부부 교육', '배우자와 함께하는 임신과 출산 준비'….

중구청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출산율 높이기 프로젝트' 성패의 핵심이 '남편'과 '아빠'의 변화에 있다고 보고 이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구청의 이런 노력은 4일 2009 지방자치단체 인구정책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중구의 출산율은 0.97%, 대구지역 8개 구ㆍ군 중 바닥권이다. 임신 가능한 여성인구비율도 24.9%로 대구 평균 27.7%보다 낮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서 아이낳기를 권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여성에게 과중한 출산ㆍ육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즉 열쇠는 남편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애 중구보건소장은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도와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상도 사나이'들에게서 변화를 이끌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6,7월 두 차례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대구지역본부에서 '산후 아버지교실'을 열 때였다. 당초 예비아빠 30명씩 60명을 목표로 문을 열었지만, 수강생은 겨우 절반을 넘었다. 그나마 장인, 장모한테 끌려 나오거나 다문화 가정의 남편이 대다수였다.

"알라 놓는데 아바이가 뭐한데 필요하노." 그렇게 투덜대던 남편들은 아기 인형을 안고 목욕 시키고, 분유 먹이고, 마사지도 해보면서 신이 난 듯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문차숙(46ㆍ여) 본부장은 "처음 발을 떼는 것이 어렵지, 참석만 하면 곧 '내 알란데 이 정도야 뭐…' 하며 열심히들 한다"며 "앞으로 직장을 찾아가는 '산후 아버지교실'을 열겠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호응은 더 좋다. 지난달 24일 '예비부부교육'에 참가한 10쌍의 커플은 '성역할 고정관념 알아보기', '분노일지 작성'과 '사과하는 법 배우기' 등을 통해 평등한 부부관계를 다짐했다.

중구 공무원들은 매월 6일 남녀 예외 없이 '칼 퇴근'을 해야 한다. 이른바 '육아데이'. 이날만큼은 업무 제쳐두고 제 시간에 퇴근해 아이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다. 이날 퇴근시간 가까워오면 '고향의 봄' '오빠생각' 등 동요와 함께 오후 6시 정시퇴근을 권장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교육뿐 아니라 환경도 바꿨다. 중구청은 지난해 말 청사 내 모든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했다. 아이 데리고 외출할 때 기저귀 가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였다. '임산부 주차비 50% 할인'에 셋째 자녀 출산축하금 150만원 지급 등 직접적인 출산 장려책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들은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임신 3개월인 박은희(33)씨는 보건소의 '아빠와 함께하는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둘째 출산 결심의 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아이 예방접종 때 아빠가 함께 오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등 만성질환을 무료검사 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올 초 남편(37)이 네 살배기 딸과 함께 다녀온 뒤 눈에 띄게 가정적이 됐다는 것. "아이에게 동생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데 맞벌이 하면서 애 둘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죠."

생활밀착형 정책 개발을 진두지휘 한 이는 여성의 마음을 읽어낸 윤순영 중구청장. 실무자가 보건복지가족부 프리젠테이션 때 "어떻게 기저귀교환대같이 세심한 것까지 정책에 반영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청장이 여성"이라고 답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윤 청장은 "남편들이 집 안팎에서 조금만 바뀌어도 출산율?오를 것"이라면서 "양성평등이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글·사진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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