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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전 가야 소녀는 어떻게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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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전 가야 소녀는 어떻게 생겼을까

입력
2009.11.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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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경남 창녕군 송현동의 6세기 고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4구의 인골이 발굴됐다. 순장된 사람들이었다. 발굴 팀은 인골 주인의 신분을 가늠할 수 없었다. 이미 도굴꾼들이 부장품을 싹쓸이해갔기 때문이었다.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골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팔다리 뼈만 남아있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이 인골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고고학은 물론 법의학, 해부학, 유전학, 화학, 물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동원했다. 컴퓨터 단층촬영(CT)과 3차원 정밀 스캔, DNA 분석,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등 첨단과학기술을 총동원했고, 영화 특수분장 기법까지 사용했다.

그 결과 순장자들의 사망 연대는 물론 혈연관계와 1,500년 전 가야 사람들의 식생활 등이 밝혀졌다. 여성 한 명의 얼굴도 복원했다. 학제간 연구가 시간 속에 묻혀버렸던 고대의 모습을 밝혀내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4명의 순장자는 무덤 입구로부터 여성-남성-여성-남성의 순으로 묻혀있었다. 사인은 중독사 또는 질식사였다. 순장을 위해 목을 졸리거나 독약을 먹고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이들의 주요 섭취 음식물은 쌀과 보리, 콩, 육류로 밝혀졌다. 영양상태는 좋은 편이었다.

귀에 금동귀고리를 한 여성의 인골은 152㎝의 작은 키에 사랑니가 아직 턱 속에 남아 있는 16세 안팎의 소녀로 판명됐다. 이 여성의 뒷머리뼈에서는 다공성 뼈 과다증이 보여 빈혈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어금니에는 충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출산 경험은 없었다. 얼굴은 넓고 평평했으며 정강이와 종아리의 상태로 보아 무릎을 많이 꿇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무덤 주인공의 곁을 지키던 시녀일 가능성이 크다.

팔다리 뼈만 남은 다른 인골 중 남성 2명은 DNA분석 결과 외가 친척으로 밝혀졌다.

특이한 점은 가장 안쪽에 묻힌 남성의 엄지와 새끼를 뺀 발가락 뼈마다 사슴 뼈가 발견된 것. 전례가 없는 일이다. 현대의 첨단과학으로 순장자들의 무덤에 대한 큰 의문점은 풀렸지만, 사슴 뼈가 왜 같이 묻혔는가 하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던져진 셈이다.

가야문화재연구소는 7일 전북대에서 열리는 제33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에서 이 연구결과를 담은 '고대 순장 인골 복원연구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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