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앞바다에서 대나무에 글을 쓴 고려시대 죽간(竹簡)이 최초로 발굴됐다. 이를 통해 4월 이곳에서 발견된 고려 난파선 '마도 1호선'이 1208년 출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도 1호선을 포함해 7척의 고려 선박이 수중 발굴 됐지만 정확한 연대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4일 "침몰된 선체에서 곡물, 도자기, 죽제품 등 유물 1,400여점을 인양했으며 선박의 선적 및 출항일자, 보내는 곳, 받는 사람, 화물의 종류와 수량 등을 기록한 목간(木簡)과 죽간 64점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인양 유물과 목간ㆍ죽간의 기록을 종합하면 마도 1호선은 1207년 겨울부터 1208년 초에 걸쳐 지금의 전남 해남ㆍ나주ㆍ장흥 일대에서 곡물과 젓갈, 도자기 등을 실은 뒤 개경에 있는 관직자에게 보내기 위해 항해하던 중 마도 인근에서 좌초됐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수습된 48점의 죽간 중 6점에는 '대장군김순영택상전출조일석(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ㆍ대장군 김순영 댁에 전출 벼 한 섬을 올린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김순영은 <고려사> 와 <고려사절요> 에 1199년 장군으로 승진한 사실이 기록돼있는 인물로, 이후 대장군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절요> 고려사>
발굴된 목간과 죽간에는 정묘(丁卯) 10월 및 12월28일, 무진(戊辰) 정월 및 2월19일 등의 간지와 날짜가 적혀있다. 이것을 김순영의 행적과 비교하면 정묘년은 1207년, 무진년은 1208년에 해당한다. 결국 마도 1호선은 1208년 2월 19일 이후 개경으로 출항했다는 것이다.
현재 인양 중인 마도 1호선은 길이 10.8m, 중앙 폭 3.7m 규모로 청자보다는 벼, 조, 메밀, 콩, 메주 등 곡물을 주로 운반한 배로 확인됐다. 청자 중에는 받침접시 및 2개의 투각받침대가 묶음으로 나온 '청자 상감 표주박문양 주전자'가 눈길을 끌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죽간 발굴로 배와 유물들의 정확한 연대가 밝혀짐에 따라 당시 선박사, 도자사, 생활사, 수치체계 등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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