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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스포츠산업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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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스포츠산업의 활성화

입력
2009.11.0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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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전까지 3승3패. 최종 7차전도 9회 말까지 5대5로 팽팽한 가운데 균형을 깨뜨린 것은 홈런 한방. 이 굿바이 홈런으로 기아타이거즈는 통산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게 되었고, 2009년 한국프로야구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MVP로 선정된 김상현 선수는 프로생활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자신을 보고 2군 선수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말은 좌절을 딛고 일어서려는 많은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였다.

기량과 열기 선진국 못잖아

야구장으로 팬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박찬호 이승엽 등의 해외 진출로 국내 프로야구는 심하게 위축되었다가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에는 1996년 이래 처음으로 관중 4백만을 돌파하였으며 올해는 6백만 관중을 끌어 모았다.

지역연고제를 기반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모기업 홍보라는 경제적 효과로 인하여 구단 자체의 수익구조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의 명문 프로스포츠 구단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그 자체가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는 거대기업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미국 스포츠산업은 우리 돈으로 200조 원 규모가 넘는다고 한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2배라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뉴욕 양키즈(MLB)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에 육박한다. 한때 가입금 24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팀 해체 위기에 몰렸던 우리 히어로즈와 너무 비교가 되어 씁쓸하다.

미국의 스포츠산업이 처음부터 이렇게 안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1966년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의 커미셔너가 된 마빈 밀러라는 사람 이야기다. 부임 당시 사무국 계좌의 잔고는 고작 6,000 달러가 전부였으며 그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의 최저임금 확보와 연금 문제였다고 한다. 수백만, 수천만 달러 연봉을 받는 선수가 즐비한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기도 한다. 밀러는 소극적으로 최저임금을 확보하는데 노력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초상, 이름, 경기기록 등을 각종 상품에 쓰도록 하는 라이선스 사업을 벌여 선수들과 사무국의 부를 증가시켰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야구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프로스포츠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팬들의 열기는 미국 등 스포츠 선진국에 못지않다. 게다가 김연아 박찬호 박지성 박세리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선수도 여럿 있다. 선수의 기량과 팬들의 열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지만 스포츠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문제다. 프로야구는 출범한 지 4반세기가 지났건만 돔 구장은 고사하고 어두컴컴하고 악취 나는 초기 시설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삼성전자는 해마다 영국 프로축구 구단 첼시에 막대한 스폰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른바 첼시 마케팅으로 삼성전자의 유럽전체 매출은 83%, 휴대전화기 점유율은 9.5%에서 23%로 급성장하였다고 한다. 구단과 후원사의 상호 성공사례로 들 만하다.

시설 현대화 등 투자 절실

스포츠를 보고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산업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스포츠에 대한 전문지식과 열정, 외국어 실력을 갖춘 전문에이전트와 스포츠법 분야의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

멀지 않은 장래에 스포츠에서도 한류스타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중국, 동남아 등 외국출신 선수들이 우리나라 축구 K리그와 프로농구리그에서 활약하여 그 나라 방송사가 우리나라 구단에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어딘가에 세워질 프로야구 돔 구장을 외국 관광객이 구경하러 몰려드는 광경을 꿈꾼다면 망상일까.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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