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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오 前두산 회장 자살/ '형제의 난' 이후 줄곧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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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오 前두산 회장 자살/ '형제의 난' 이후 줄곧 가시밭길

입력
2009.11.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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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별세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성지건설 회장)은고박두병 두산 창업자의 둘째 아들로, 1990년대 말 국내 재계를 대표했던 경영인이다.

1956년 경기고를 거쳐 미국 뉴욕대 상대를 나온 박 전 회장은 두산산업ㆍ동양맥주 사장, OB베어스 사장, 두산그룹 부회장을 거쳐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두산그룹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총수시절 고인은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자주 나눠 '친형님 같은 회장'으로 통하기 했다.

그러나 2005년 동생 박용성씨가 두산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것에 불만을 품고 검찰에 그룹의 내부 비리 사실을 투서하면서 박 전 회장의 화려했던 인생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투서로 촉발된 '형제의 난'은 두산의 오너 일가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로 확산됐고, 박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같이 문제가 됐던 박용성, 박용만씨는 이후 특별사면이 된 반면, 박 전 회장은 사면에서 제외됐고, 최종심에서도 감형을 받지 못하는 불운이 이어졌다.

두 아들의 잇단 사업 실패도 박 전 회장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차남인 중원씨가 뉴월코프 유상증자와 관련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 됐다. 장남 경원씨는 두산건설 상무직을 박차고 나와 2002년 전신전자라는 폐쇄회로(CC)TV 제조사를 인수했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한 채 지분을 정리했다.

'형제의 난'과 두 아들의 사업 부진으로 고심하던 박 전 회장은 시공능력평가 69위(2009년 기준)의 성지건설을 지난해 730억원에 인수, 권토중래에 나섰다. 1969년 설립된 성지건설은 토목공사와 소규모 아파트 건설을 하는 중견 건설사다. 박 전 회장으로선 두산산업개발에서 못 이룬 건설사업의 꿈을 다시 피워 보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회사 인수 후 사회간접자본(SOC)과 민간투자사업(BTL)을 활성화하고 주택사업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지건설을 국내 10대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그 성과로 올해 960억원 상당의 아파트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6월 현재 박 전 회장의 이 회사 지분은 24.35%(146만1,000여주)이며, 장남이자 대표이사 부회장인 경원씨는 1%(6만여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성지건설이 인수하기 전에 벌인 여의도 매리어트 파크센터 분양이 어려움을 겪은 데다, 지난해 성남에서 분양한 아파트형 공장까지 미분양되면서 성지건설은 경영난을 겪어왔다. 여기에 올해 7월 차남인 중원씨가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박 전 회장은 우울증 등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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