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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집값, 떨어지길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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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집값, 떨어지길 믿자

입력
2009.11.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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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단독주택에서 사는 즐거움을 쓴 책을 펴내면서 사람들과 집값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아졌다. 책에는 집을 투기나 투자, 노후연금으로 삼지 말고 살아가야 할 공간으로 즐기자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고까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집을 투기나 투자로 보는 사람들이라면 무시하면 그만인데, 집을 사는 공간으로 삼으려 해도 대한민국의 집값이 턱없이 비싸서 마음대로 집을 구할 수 없는 분들이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나는 나대로 강남의 소형 아파트 한 채 값이 안 되던 그 집을 사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생각하면 억울했다. 모든 문제는 서울의 집값이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오른 데 있다.

소득상 10만 달러 집값 적절

더욱 억울한 것은 "그래도 집값이 오르니까 좋지?"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했을 때 사람들이 잘 믿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기는 아니더라도 집이란 위기시에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든든한 환금재인데, 값이 오르는 것이 나쁠 리가 있냐고 사람들은 확고하게 믿고 있었다. 유명한 건축가 한 분도 강북의 허름한 동네인 우리 동네의 땅값이 지나치게 오른다는 말에 "강북도 강남처럼 평당 5,000만원인 집이 나와야 된다"고 했다. 강남이 떨어져야지, 강북이 올라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갈수록 집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그러면 사람들의 의식이 갈수록 뜨내기가 되어갈 것이라는 점만 명확한데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집을 구하지 못하니 불안해서 그럴 것이고 부자들은 어떻게든 집으로 돈을 더 벌고 싶어서 그렇게 된다. 어느 쪽도 정주해서 차분하게 사유하는 삶을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부자를 위해서도 가난한 이를 위해서도 집값은 반드시 떨어져야 한다.

이론적으로 집값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현재의 집값이 국민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인구도 줄어간다. 미국 국민 소득이 작년 기준 4만6천달러인데도 25만 달러 이하 주택이 절반 이상이다. 국민 소득이 2만달러 미만인 우리나라 집값은 10만 달러 정도가 평균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집값이 최근 다시 오른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금리조차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를 느슨하게 하면서 투기 수요를 잡지 않은 것도 한 몫을 했다. 여기에 집값이 계속 올라야 건설 경기가 살아난다고 믿는 건설업체들이 바람을 잡고, 건설업체들의 광고에 힘입어 살아가는 언론이 가세를 한다. 2006년 3월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문논조와 광고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봤더니 집값은 떨어지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신문 논조의 강도와 건설업체의 광고량이 정확히 비례했다. 당시만 해도 조선 중앙 동아가 부동산 광고가 많은만큼 부동산 기사도 많았던 반면 한겨레 경향 신문은 부동산면이 적거나 없었는데 3년 사이에 진보신문에도 부동산면이 강화됐으니 이제 부동산에 관한한 언론은 건설경기를 무시하지 못하는 걸로 봐도 된다.

부동산 광고와는 상관없을 법한 연합뉴스의 기사는 인터넷을 타고 번지기 때문에 파장이 큰데 주의장치가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4일 발표한 '2010년 건설 부동산 경기전망' 자료는 내년도 집값이 4% 올라서 2007년과 2008년(각각 3.1%)보다 높고 전셋값도 2007년(2.6%) 2008년(1.7%)보다 큰 폭인 5~6%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면 투기꾼은 투기꾼대로, 무주택자는 무주택자대로 어떻게든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니 집값은 오르기 십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업체들의 협회가 만든 연구원이다. 이곳의 연구는 당연히 건설업체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것이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이 연구원의 성격을 소개해놓지 않아서 이름만 보면 공신력 있는 기관이 예측한 것처럼 보인다.

집값 상승예측은 건설업체 말

집값은 떨어져야 한다. 어떻게 떨어질 것인가. 집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믿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들 스스로가 제대로 생각을 하지 않는한 문제는 잡히지 않는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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