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대표하는 한국어 교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전파하겠습니다."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사는 부톤섬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칠 첫 한국인 교사가 탄생했다.
훈민정음학회(이사장 이기남)는 4일 경기도 안성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의 한국어지도사 정덕영(48)씨를 찌아찌아족의 한국어교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하다 2007년 퇴직했다. 은퇴 직후 한국어 교사로 변신해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 이민자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쳐왔다.
그는 "한글은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강점을 가진 문자"라며 "인도네시아어를 못하는 것이 다소 장애가 되겠지만 지금까지 경험상 영어와 바디랭귀지, 그림 등을 활용하면 처음에는 어려워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국어사전 읽기가 취미인 '국어 마니아'다. "사전을 읽으면서 새 단어와 새 용법을 배우고 어원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다.
제약회사 근무 시절 직원교육을 맡아 고객예절과 바른어법 등을 가르치다 보니 스스로도 올바른 발음과 어문규정을 지키고 항상 사전을 살피는 습관이 생활화됐다. 그는 이런 취미를 바탕으로 2006년 7월에는 어렵기로 유명한 KBS '우리말겨루기'에 출전해 우승하기도 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삶의 한 토막 정도는 나와 가족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어를 못하던 외국인이 한국인과 의사소통을 하고, 결혼이민자가 문화적으로도 한국인이 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훈민정음학회 전 회장인 김주원 서울대 교수는 "정씨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사명 의식이 투철하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 훌륭한 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내년 1월부터 1년간 바우바우시 제6국립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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