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자대화는 언제쯤 열릴까. 당초 9월말 유엔총회 이후 결론이 날 것이라는예상과 달리 미국의 입장표명이 늦어지자 양자대화의 성사 가능성과 회담 전망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예정된 중순 이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양자대화를 계기로 북미 사이에 '뭔가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점 약해지는 상황이다. 북미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을 조만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지난달 말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김 미 6자회담 수석대표의 뉴욕접촉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무접촉 이후 불거진 양쪽의 엇갈린 행보가 이를 반증한다.
북한은 3일'폐연료봉 재처리 완료'를 다시 거론하면서 미국에 대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미국은 "2005년 공동성명의 약속에 상반된 것이며, 유엔결의 위반"이라고 대응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신중해야 하고, 말을 완화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자제했지만, 북한의 유화공세 이전 6자회담 복귀를 두고 설전을 벌이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다.
뉴욕접촉에서 과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도 오리무중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북한 다자회담 복귀 전 두차례 양자회담 개최 ▦보즈워스 대표와 강석주 제1부상 면담 합의 등을 성과로 보도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한 당국자는 이날 "만날지 안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몇번 만나는 것을 어떻게 합의할 수 있느냐"며 "우리는 입장을 분명히 말했지만, 북한이 준비가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양자대화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해 양자대화의 조기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미 양자대화에 거는 미국의 기대감이 약해진 것은 맞는 것 같다"며 관련국들과의 추가 의견 조율 등 미국의 숙고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5일 재차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양자대화의 성사는 예상보다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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