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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만성 콩팥병, 조기진단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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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만성 콩팥병, 조기진단만하면…

입력
2009.11.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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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내과를 찾는 이 가운데 만성 콩팥병을 잘 알지 못하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사람이 많다.

만성 콩팥병이 별다른 증상이 없는 데다가 관심이 덜 가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 5억명 이상이 만성 콩팥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한국도 30대 이상 성인 7명 중 1명(600만명)이 병을 앓고 있다.

이처럼 흔한 질환이지만 질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 다른 만성 질환인 고혈압 환자의 40%, 당뇨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질환을 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다.

낮은 인지도 때문에 많은 환자가 말기 신부전 상태가 돼서야 질환을 발견하게 된다. 일찍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말기 신부전이 되면 투석이나 이식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매일 혹은 2, 3일에 한 번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을 하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콩팥을 새로 이식받는 것 역시 대기자가 너무 많아 쉬운 일이 아니며 비용 부담도 크다.

현재 만성 콩팥병 치료에 연간 약 8,300억원의 비용이 쓰이 있고, 이 중 대부분이 투석 등 말기 신부전 환자의 신대체요법에 사용되고 있다.

이를 환자 1인당 소요되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암이나 심혈관질환 환자의 8~20배에 이른다. 게다가 만성 콩팥병은 뇌졸중이나 심장 발작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만성 콩팥병은 조기 진단하고, 제대로 관리만 하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과거에는 콩팥은 한 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었지만 요즘엔 연구를 통해 위험 인자를 교정할 수 있는 치료 약이 개발돼 조기 진단의 효용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불행히도 조기 검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아 만성 콩팥병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만성 콩팥병은 혈압 측정과 혈액검사, 소변검사와 같은 간단한 검사만으로 발병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두 질환이 같이 앓는 환자는 1년에 한 번 정도 검진받아 콩팥병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다. 고령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만큼 고령자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일단 조기 검진으로 만성 콩팥병의 발병 여부를 확인했다면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우선이다. 고혈압은 콩팥의 기능 저하를 가속화하므로 혈압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높은 혈당 및 혈중 지질 수치도 만성 콩팥병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를 통해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콩팥 자체 질환으로 인한 만성 콩팥병보다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이 원인인 콩팥병이 많이 늘어났으므로 만성 질환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국제신장학회(ISN)는 만성 콩팥병의 인지도를 높여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을 가장 큰 책임으로 생각하고, 신장전문의를 비롯한 의료진의 적극적 참여를 권하고 있다.

한국도 2007년부터 매년 3월 '세계 콩팥의 날' 행사를 통해 조기 검진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성 콩팥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율이 높아진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의료 재정도 절약할 수 있다.

김성권 국제신장학회(ISN) 이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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