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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경매 불신은 씻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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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경매 불신은 씻기지 않았다

입력
2009.11.0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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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이어진 '빨래터' 진위 논란이 미술계에 큰 상처와 과제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서울옥션과 아트레이드 측이 법정 안팎에서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동안 미술계와 경매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고, 논란의 진행 과정 속에서 우리 미술 감정 시스템의 허약한 체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빨래터'논란은 아트레이드의 의혹 제기 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진품 판정, 서울옥션의 소송 제기, 서울대와 도쿄예대의 과학감정 및 진품 판정, 최명윤 명지대 교수의 과학감정 조작 주장, 서울대의 과학감정 진상조사 및 담당자 징계 등으로 이어졌다. 법정에서도 양측이 제출한 감정 결과가 엇갈려 원점을 맴돌았고, 서울옥션 경매에 '빨래터'를 위탁한 사람이 원 소장자인 존 릭스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 유통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주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 미술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로 팔린 국민화가의 작품에 가짜 판정이 내려졌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침체된 미술 시장이 활기를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뢰도 회복과 건전한 유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미술평론가는 "어차피 법정에서 진위를 가릴 수 없는 문제였던 만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된 것 같다"며 "예상된 결과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감정 시스템 정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가 별로 세분화한 감정 인력을 양성하고, 한 작가의 모든 작품 자료를 수록한 전작도록(카탈로그 레조네)을 제작해 감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유명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진위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개선된 것이 없다"면서 "감정 원칙을 담은 매뉴얼 공유와 자료 축적은 물론,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과 과학 분석이 조화를 이룬 감정 방식이 하루빨리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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