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체육대회 날. 동료 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갑자기 왼쪽 팔이 따끔했다.
순식간에 팔 아래 전체로 통증이 퍼졌다. 놀라서 팔을 들어 보니 버젓이 꽁지를 대고 앉아 있는 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난생 처음 벌에 쏘였다.
무의식적으로 젓가락을 들어 얼른 벌을 쫓았다. 다행히 침이 박힌 것 같진 않았다. 당장 암모니아수는커녕 된장도 구할 수 없어 일단 흐르는 물에 씻었다.
약간 부어 올랐지만 '한 마리쯤이야 '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오후가 될수록 점점 더 화끈거리며 위팔까지 된통 얻어맞은 것처럼 뻐근해졌다. 그제서야 암모니아수로 씻어 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다음 날과 그 이튿날도 쏘인 부위가 욱신거렸다. 3일쯤 지나자 간질간질하더니, 4일째 돼서야 평소대로 돌아왔다. 몸소 체험하고 나니 예전엔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벌침의 통증이 어느 정도 '객관화'했다. 주사나 침 맞는 것보다는 훨씬 따끔하지만 출산 후 관절의 욱신거림에는 비할 바가 못 됐다.
통증은 감각의 일종이다. 직접 느껴 보지 않으면 아픔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아픈 정도를 0(아프지 않음)부터 10(못 견디게 아픔)까지의 등급으로 표현하는 방식(VAS)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주관이 배제되지 못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를 헤아릴 수 없어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한번은 아이를 데리고 차 가까이 서 있는데 아이 아빠가 모르고 차 문을 닫아 버렸다.
아이의 손가락이 차 문에 끼어 있는 걸 발견한 건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난 뒤였다. 너무 놀라 부랴부랴 집으로 뛰어 들어가 약 바르고 밴드 붙이며 문을 닫은 아빠도, 부주의했던 엄마도 "얼마나 아플까" 하고 울상이 됐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통증을 '수치화'하려고 애써 왔다. 이를 위해선 통증의 메커니즘부터 상세히 알아야 한다. 피부나 근육이 통증 자극을 받으면 그 부위의 신경에 일시적으로 전류가 생긴다.
이 전류가 척수를 거쳐 대뇌피질로 들어가 감각중추로 전달되면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극의 종류에 따라 세부 메커니즘이 달라지기도 한다. 벌침의 독소가 만드는 화학 자극과 손가락을 압박하는 쇳덩어리가 만드는 기계 자극이 만드는 통증은 서로 다른 경로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통증의 정도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얼마나 아픈지'를 실제로 손가락을 차 문에 넣어 보지 않고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이런 사고 때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텐데. 다행히 아이 손가락은 끝부분만 살짝 끼었던 터라 상처 없이 부었다 가라앉았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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