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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오락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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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오락 속으로!

입력
2009.11.0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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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에서 적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매서운 눈매의 주인공(케인 코스기)은 위기에도 당황하지 않고 화려한 발차기로 적들을 제압한다. 한 켠에 서있던 정두홍 무술감독 마저 그의 현란한 액션에 박수 갈채를 아끼지 않는다.

영화 촬영 현장이 아니다. 휴대폰 업체 모토로라코리아가 4일 인터넷 사이트(www.motoklassic.com) 에 공개한 '타임리스'라는 신제품 광고 영화다.

굳이 영화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유명 영화감독 류승완이 연출을 맡았고 액션 연기의 달인 정두홍과 케인 코스기가 주인공을 맡아 촬영한 20분짜리 실제 단편 영화이기 때문.

그러나 영화 어디에도 모토로라의 새로운 휴대폰은 물론이고 회사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예술 속에 브랜드를 녹이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E)다.

4일 업계에 따르면 BE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BE란 영화, 뮤직비디오, 노래 등 예술 작품 속에 기업 상표나 제품 등 브랜드를 녹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미국 광고잡지에서 처음 사용한 뒤 '매디슨 앤 바인'으로 불리며 널리 통용되고 있다. 매디슨은 미국 뉴욕의 광고대행사들이 모인 거리 이름이며, 바인은 할리우드 거리 이름이다. 즉, 광고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의미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드라마 등에 제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가 노골적이라 부담스러운 반면, BE는 직접적으로 제품과 상표를 드러내지 않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임성연 모토로라코리아 마케팅팀 차장은 "제품 홍보는 광고로 충분하다"며 "BE는 예술작품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전파하는 방식이어서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수억 원을 들여 영화를 찍어 신형 휴대폰 '모토 클래식' 출시일인 이날 인터넷에 공개했고, 내용 일부를 편집해 9일부터 TV 광고를 시작한다.

또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는 시사회도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개최했다. 임 차장은 "'타임리스'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제목"이라며 "신형 휴대폰이 갖고 있는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모토로라 뿐만이 아니다. BMW, 삼성전자, 기아차 등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BE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독일 자동차 업체 BMW. BMW는 2001년에 왕가위, 오우삼, 토니 스콧, 가이 리치 등 세계적 영화감독들과 마돈나, 클라이브 오웬, 모건 프리먼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하는 여러 편의 단편영화 모음 '더 하이어'(The Hire)를 제작했다.

BMW가 DVD에 담아 전세계에 무료 배포한 8편의 단편 영화는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기아자동차도 BE 활용에 적극적이다. 최근 케이블TV와 인터넷을 통해 방영된 한효주, 김동욱 주연의 멜로드라마 '쏘울 스페셜'은 제목 그대로 쏘울 자동차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했다. 기아차는 2006년에도 김주혁이 등장하는 10분 가량의 단편 드라마 '아이덴티티'를 만들기도 했다.

삼성그룹도 지난달 친환경 경영을 알리기 위해 브라운아이드걸스, 애프터스쿨, 포미닛, 카라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이 등장하는 가상 그룹 '포투머로우'를 결성해 뮤직비디오를 촬영, 인터넷(www.4tomorrow.co.kr)에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역 근처 카페를 통째로 빌려 한시적으로 포투머로우를 홍보하고 있다.

LG전자는 인기 그룹 빅뱅을 통해 '롤리팝'이라는 휴대폰 이름이 등장하는 가요를 만들어 한때 디지털 음원 내려받기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 힘입어 최근에는 '뉴초콜릿폰' 홍보를 위해 소녀시대와 에프엑스라는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초콜릿 러브'라는 노래도 만들었다.

이처럼 BE는 다양한 계층에게 광범위하게 전달될 수 있어 기업들이 애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제품 광고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으나 오히려 예술성을 잘 살리면 광고보다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BE는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회자된다"며 "그만큼 기업이 제품이나 상표를 노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예술성을 강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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