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은 우리나라와 브라질이 수교(1959년 10월 31일)한 지 50주년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최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선 우리 국립무용단이 대표작 '코리아 환타지'를 공연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브라질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 국민들의 공식 이민이 가장 먼저 이뤄진 나라이다. 1963년 농업 이민자들이 첫 발을 내디뎠지만, 대부분 농사를 포기하고 상업도시 상파울루의 봉 헤치로 지역으로 옮겨가 봉제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브라질 거주 한국인 5만여 명 중 80%가 이곳에서 의류산업에 종사한다.
▦ 브라질리아는 우리나라가 브라질과 수교한 직후인 1960년 4월 완공된 계획도시다. 유엔빌딩의 설계자인 현대 건축의 거장 오스카 니마이어가 설계 및 공사를 지휘했다. 그는 방정식처럼 논리적인 도시를 꿈꿨다. 새의 형상을 본떠 도시의 평면을 설계했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날개를 활짝 편 비행기 모양이다. 기수(機首)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대통령관저와 국회의사당, 최고재판소가 들어선 '삼권(三權) 광장'이 있다. 동체 윗부분에는 정부청사와 북한 등 각국 대사관이, 양 날개에는 정연하게 구획된 주택가와 상점가, 호텔 등이 위치했다.
▦ 브라질은 1891년 제정된 헌법에 장차 국토의 중심인 고원지대를 수도로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반발로 실제 이전까지는 70년을 기다려야 했다. 1956년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쿠비체크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이전 작업은 본격화했다. 해안지역에 밀집된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낙후된 내륙의 개발을 촉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해발 1,200m의 황토 고원에 조성된 인공도시로 공무원과 외교관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밤이면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동안 '유령도시' 소리를 들어야 했다.
▦ 브라질 정부는 무료 항공권, 특별 수당 등 온갖 유인책을 동원했다. 입법ㆍ사법ㆍ행정부의 최고 기관을 한데 모은 위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이 점차 이주하면서 대학과 기업이 따라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유네스코는 1987년 브라질리아를 '현대와 미래가 어울리는 독창적인 도시'로 평가하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현재 인구는 당초 예상(50만명)의 5배를 넘는 260만명. 브라질리아는 정치 논리의 산물이다. 행정기관을 옮긴다고 자족 도시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적 지원을 통해 명품도시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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