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는 4일 세종시 수정안 추진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행정 부처 분산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등 수정의 논거를 제시했다.
정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존 계획으로는 세종시가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없고, 수도권 베드타운보다 못한 상황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논란의 최대 쟁점인 행정 부처 분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그 이유로 자족 기능 미비 외에도 통일 대비 및 행정의 비효율성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정 총리는 무엇보다 자족 기능 보완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계획으로는 인구 10만명을 채우기도 어렵다"며 "일자리를 위해 필요한 자족기능 용지는 도시 전체 면적의 6,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앞서 여러 차례 세종시를 '기업ㆍ대학ㆍ연구소가 연계된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세종시 건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몇몇 기업이 오겠다는 의향을 갖고 있으며 오겠다는 대학 연구소도 여러 군데" 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행정의 비효율성을 언급하며 "국회와 행정부, 그것도 행정부의 일부가 떨어지게 된다"며 "공무원들이 서울로 자주 다녀야 하는 비효율도 문제지만, 행정 수요자인 국민 어려움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 총리는 통일에 대비하더라도 많은 문제가 있다며 독일의 선례를 거론했다. 정 총리는 "독일 경험을 볼 때 우리도 통일이 될 경우 수도 이전이나 분리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수도가 세 곳이 되거나 세종시를 다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일 독일은 1994년 외무부 등 핵심 10개 부처를 베를린으로 이전하고 환경부 등 6개 부처는 본에 남기기로 결정, 행정 부처를 본과 베를린으로 분산했다.
하지만 비효율성이 드러남에 따라 베를린으로 부처를 모으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현재 관련법률 수정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독일의 행정기능 재통합 비용은 50억유로(8조73,50억원)로 추정된다. 최근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부처 분산으로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이 초래됐다"며 "나는 행정 부처 이전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정 총리로부터 세종시 로드맵을 보고받은 후 공감의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의 대안은 원안보다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되고 유익해야 한다"면서 "그 기준은 첫째 국가경쟁력, 둘째 통일 이후의 국가 미래, 셋째 해당 지역의 발전"이라고 정리했다.
이는 이 대통령과 정 총리의 세종시 구상이 맞닿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부처를 대거 이전시켜 '행정타운'을 만드는 대신 교육과 과학기술을 특화하고 주요 기업들이 거점을 둔 미래도시로 만들려는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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