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세종시 수정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가 한 편에 섰고, 그 대척점에는 공교롭게도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한 야당과 함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섰다.
대회전의 휘슬은 정 총리가 울렸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 이어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수정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한 것.
골자는 민관합동위원회를 가동, 내년 1월 정부의 최종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아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간에는 물론 여권 내 친이ㆍ친박간 갈등이 심화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 총리는 특히 "명예를 걸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로 세종시 수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도 이르면 이달 말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발표된 로드맵에 따라 이 대통령과 정 총리로서는 일단 3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여권 내 친이ㆍ친박간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친이계는 수정론에 기울어 있지만, 친박계는 원안 고수 입장이 뚜렷하다. 박 전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는 한 세종시 수정 추진을 위한 법 개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 총리는 "야당과도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당분간은 대화채널조차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 총리의 기자회견 직후 일제히 "정 총리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선언했고, 수정안이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전제하고 있다는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세종시 수정을 전제로 한 어떠한 논의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17대 국회에서 이미 세종시에 대한 여러 대안을 검토,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하되 산업ㆍ교육기능 등을 부가하는 방안이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총리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제정 논의 과정을 한번이라도 검토해봤는지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무엇보다 여론의 향배가 관건이다. 국민의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여론을 설득해내지 못하면 세종시 수정 추진은 힘들 수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할 경우 충청권과 수도권의 민심이 대립한다면 여권으로서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하고, 이렇게 되면 여권 내 분열이 가속화할 개연성이 높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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