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영변 핵시설 폐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아주 새롭거나,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재처리 착수를 선언했었고, 그 작업이 이제 끝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8월 말 재처리를 끝냈다"면서 11월에 공개한 점이나, 하루 전 미국에 북미 직접대화를 강력 촉구했다는 사실 등을 볼 때 미국을 겨냥한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핵물질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점 자체는 부담이다. 북한 주장대로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할 경우 손실분을 감안하더라도 약 6~7kg 정도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미사일 탑재용 핵탄두 1기 제조에 필요한 분량이다.
북한은 1, 2차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을 제외해도 이번 재처리 분량까지 포함하면 약 3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게 됐다. 영변 5Mw급 원자로는 당분간 가동이 어렵지만 현재까지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자체만으로도 안보위협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지난 3월까지 진행되던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이 중단된 뒤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했다는 점 자체도 문제다. 물론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주장 자체가 사실인지는 조금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8월 재처리를 완료한 북한이 2개월여 뒤에 공개한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은 지난달 23일부터 2일까지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미국에 보내 북미대화 개시 문제 등을 협의했다. 북한은 또 2일 외무성 발표를 통해 "이제는 미국이 결단을 내릴 차례"라며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했었다.
이에 미국은 북미 접촉이 "유용했다"(3일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고 반응했다. 이달 중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행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재처리 주장은 북미 대화 재개를 앞둔 북한의 기싸움 도발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발표가 대화 재개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의 기존 주장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대화 재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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