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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ㆍ태시대 선도한 APEC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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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ㆍ태시대 선도한 APEC 20년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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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창설된 지 올해로 정확히 20년이 되었다. APEC이 창설된 1989년은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그 해 11월 유럽에서는 동서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며, 아ㆍ태지역에서는 APEC 창설을 위한 캔버라 각료회의가 개최되었다. 당시 어느 누구도 두 가지 사건을 연결하여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분명해진 세계 중심축 변화

하지만 돌이켜 보면 미국과 구(舊) 소련간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구대륙 유럽에 대한 헤게모니 쟁탈을 뜻하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ㆍ태지역의 급격한 경제성장의 결과가 초래한 APEC 창설은 세계의 중심이 더 이상 대서양 축이 아니라 태평양 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웅변해 주는 대표적 사건들이었다.

APEC은 창설 이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1993년),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9ㆍ11 테러(2001년) 등 범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 2008년에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 극복에서도 주요 20개국(G20) 합의사항을 전파하고 이행하는 데 큰 몫을 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APEC 리마 정상회의에서 '신규 보호주의 조치 도입 동결(Standstill) 선언'을 주도하는 등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선도했다.

아ㆍ태지역 21개국(economies)으로 구성된 APEC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33조 달러)와 교역 규모의 45%(15조 달러)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과 함께 G20에도 포함되어 있는 APEC 회원국들 가운데 하나다. 100년 전 나라의 문을 닫아걸고 주변 정세에 어두워 민족적 고초를 겪어야 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과 함께 국제 협력과 교류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14~15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제17차 APEC 정상회의는 '지속적인 성장, 지역간 연결'을 논의 주제로 하고 있다. 정상들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방지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타결 촉구 등 세계 경제위기 대응은 물론,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 등 경제위기 이후에 대비한 방향 설정을 위해 의견을 나누고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싱가포르 정상회의는 APEC이 이룩한 무역ㆍ투자 자유화와 아ㆍ태지역의 연계 강화라는 구체적 성과를 기초로 향후 20년을 준비해 나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논의의 장(場)이 될 것이다. 태평양의 양안(兩岸)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로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21개 회원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계기도 될 것이다.

경제 통합등 역할 더 커질 것

세계경제는 아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시점에 G2로 거론되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인근 주요 강국이 모두 가입하고 있고,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모두 포함된 APEC의 역할은 한층 더 부각될 것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내년에는 일본, 내후년에는 미국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싱가포르 일본 미국 등 APEC 활동에 적극적인 국가들이 잇달아 의장국이 되면서 무역ㆍ투자 자유화와 원활화, 지역경제 통합 등 APEC 핵심 목표의 달성이 보다 더 가시화되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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