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42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 작가 인터뷰] <3> 이홍 '성탄 피크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42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 작가 인터뷰] <3> 이홍 '성탄 피크닉'

입력
2009.11.03 23:37
0 0

강남은 오랫동안 한국문학의 방외지대였다. 그곳 강남에 사는 대한민국 상류층은 타기되어야 할 대상이었으며, 사회ㆍ경제적 소외자들을 억압하는 악덕의 전형으로 다뤄지기 다반사였다. 2007년 등단한 소설가 이홍(31)씨는 이런 상투적 시선에서 벗어나 꼼꼼한 취재와 날카로운 눈매로 한국사회 최상부 계층의 사생활을 투사하면서 새로운 '강남 세태소설'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씨의 경장편소설 '성탄 피크닉'('세계의 문학' 2009년 여름호)은 즐비한 외제 승용차, 고급 양주와 골프로 친목을 다지는 대학생들, 호스트 바를 애용하고 수백만원어치의 옷을 거리낌없이 쇼핑하는 여성들에 대한 묘사 등 강남소설의 기본문법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동시에 강남으로 상징되는 한국 부르주아 계급의 내밀한 욕망에 집요하게 천착한다. 2009년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에서 이씨의 소설은 '강남의 신풍속을 위악적으로 다루면서도 사회윤리적 상상력을 결합해 풍속성의 단면을 넘어섰다'(평론가 우찬제)는 평을 받았다.

"특정 문화 내부의 욕망과 구조가 지니는 특이성과 복합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욕망과 욕망이 부딪히면서 많은 균열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상처를 받지요"라는 이씨의 말대로 '성탄 피크닉'은 강남 내부의 계급적 위계와 그 위계 간 갈등에서 빚어지는 파열음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로또에 당첨돼 성남 구도심에서 압구정동의 아파트로 이사한 세 남매다. 우발적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지옥의 문턱에 들어서는 세 남매의 성탄 무렵 4일 동안의 일상이 서사의 축이다. 원조교제와 살인, 사체 유기 등 스릴러적 코드가 소설적 흥미를 더한다.

이들은 강남에 거주하지만 로또라는 예외적인 방식으로 그곳에 진입한 비(非)강남적인 캐릭터들이다. 아무리 강남의 주류계급에 동화되려 해도 이들은 학교에서는 급우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절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로부터 배신의 쓴맛을 보며, '그들만의 클럽'에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강남이라는 욕망의 진창에서 파멸하는 이들의 황폐한 내면은 "인생은 형편이 달라진다고 바뀌어진 게 아니었다"는 독백에 함축돼 있다.

"좋은 소설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과 고통을 잘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말에도 불구하고, 송파구 문정동에서 태어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살았으며 강남구 삼성동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 이씨의 개인적 이력은 당연히 강남 세태에 대한 리얼한 묘파의 기반이 됐으리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들'의 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이씨의 시각은 그래서 근래 우리 소설에서 희귀한 자산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습관이나 가치관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데,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욕망이 누구보다 강하지요. 한국사회의 기본 코드인 '정'으로 인간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성탄 피크닉'에 필요할 때는 주인공과 친한 척하지만, 필요없을 때는 냉혹하게 배신하는 인물도 등장시켰어요. 그러면서도 그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지요." 이씨는 그러면서도 "이 소설이 강남소설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위치가 불안정한 젊은 세대의 성장소설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약력

▦197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2007년 장편소설 <걸프렌즈> 로 '오늘의작가상' 수상, 등단.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