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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국제포럼/ "박물관은 디즈니랜드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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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국제포럼/ "박물관은 디즈니랜드가 되어서는 안된다"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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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박물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국제포럼'에는 러시아 에르미타쥬,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 등 해외 유수 박물관의 관장들과 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21세기 박물관의 발전 전략과 미래'라는 주제로 시대 흐름에 따른 박물관의 변화 모습을 소개했다.

'변화의 시대와 박물관 경영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미카일 보리소비치 피오트롭스키 에르미타쥬 박물관장은 2014년 박물관 250주년을 앞두고 진행 중인 '에르미타쥬 2014'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와 함께 박물관에 새로운 부속 건물을 건축하고 있다는 그는 "우리 박물관은 러시아제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백과사전이자 당대 건축사의 상징인 만큼 전통과 기술적 혁신을 모두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박물관의 지나친 대중화와 상업화에 대해서는 경계를 표시하면서 "박물관은 디즈니랜드가 되어서는 안된다. 박물관은 역사를 체험하고 구현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니야 마사미 도쿄국립박물관장은 2001년 일본의 도쿄, 교토, 나라 국립박물관이 정부 기관에서 독립 행정법인으로 바뀐 이후의 변화 양상에 대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직원들의 신분이 공무원에서 비공무원으로 바뀌고, 정부가 지원하는 운영비 교부금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은 자기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 커다란 변화로 인해 박물관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고 한다. 제니야 관장은 "그러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관람객은 2001년 165만명에서 지난해 324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중국 박물관의 몸집 불리기도 관심을 끌었다. 황전춘 중국국가박물관 부관장의 발표에 따르면 기존 중국역사박물관과 중국혁명박물관을 통합한 이 박물관은 내년 5월 증축 공사가 끝나면 1,000㎡에 이르는 전시실만 45개를 갖추며, 총 전시장 면적이 약 6만5,000㎡에 달하게 된다. 황 부관장은 이 박물관의 방향을 "중국이라는 대국의 지위에 상응하고, 중화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명에 부합하는 국제 일류 박물관"이라고 밝혀 증축을 통한 위상 높이기 의지를 뚜렷이 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역시 미군부대 이전으로 조성될 용산공원 일부를 '뮤지엄 콤플렉스'로 조성할 것을 제안하면서, 기존 국립중앙박물관 외에 이곳에 국립민속박물관과 향후 출범할 국립자연사박물관 등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관장은 "과거 한국 박물관은 국가 정통성의 상징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뒀지만, 미래 100년의 박물관은 국가브랜드의 상징 공간, 국가 문화콘텐츠의 보고가 되어야 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세계박물관협의회(ICOM) 회장인 알리산드라 커민스 회장은 "어떤 변화 속에서도 박물관은 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ICOM의 155개국 3만명의 회원 중 80% 이상이 유럽"이라면서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에도 박물관을 개발하고 다른 대륙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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