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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시에세이집 '시쓰는…'/ 생명 품어살리는 '엄마'는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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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시에세이집 '시쓰는…'/ 생명 품어살리는 '엄마'는 시인이다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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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등단한 시인 오철수(51ㆍ사진)씨. 노동자의 현실에 주목한 시를 주로 발표하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2000년대 들어 주부 대상 시 강좌를 맡으면서 여성들의 삶과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과제를 내주면 감상적인 말놀이 수준의 비슷비슷한 시를 써오던 주부들 때문에 골치를 앓던 그는, 어느날 이들에게 '살림'이라는 주제로 시를 써오라는 과제를 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부터 주부들의 시는 급격히 달라졌다. 오씨는 주부들의 시가 남성의 시각으로 볼 수 없었던 생명에 대한 사랑, 평화로운 관계에 대한 갈망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사상을 품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시 쓰는 엄마, 시 읽는 아빠> (동랑커뮤니케이션즈 발행)는 최근 3년 간 오씨가 진행한 서울 중구문화원 '시쓰기 강좌'를 수강한 주부 시인들과 기성 시인들의 시에서 여성들의 긍정적 품성을 읽어낸 글을 엮은 산문집이다. 오씨는 그들의 작품에서 일상을 생명이 뛰놀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생각, 아이를 낳고 먹이는 생명나눔의 사상 등 여성적 품성의 고귀함을 읽어내고있다.

가령 '어느날 글쎄/ 내가 아이들이 흘린 밥을 주워 먹고/ 먹다 남은 반찬이 아까워/ 밥을 한 그릇 더 먹는 거야/…/ 아기가 까무러치게 울면/ 이해할 수 없어, 아무데서나 가슴을 꺼내/ 젖을 물리는 거야/ 새로운 게 나를 차지하는 거야'('엄마가 된다는 것') 같은 한 주부의 시에서 그는 여성들의 타고난 천연의 모성성에 경탄하며 "품어 살리는 자를 경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씨는 "어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남성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이미지화된 여성이 아닌 다른 차원의 여성을 생각하게 됐다"며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삶의 표면에 가장 가까이 있기에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은 시들"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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