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과학의 세계가 동화적 상상력으로 만난다. 극단 코끼리만보는 24일부터 일본 희곡작가 기타무라 소우(北村 想)의 성장 우화 '눈속을 걸어서'를 공연한다. 일본의 샤머니즘적 정서가 가족극 형태로 풀어헤쳐진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의 산길, 길 잃은 자매 앞에 나타나는 여우의 비행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달빛을 미적분해 우주를 가득 채우는 소립자에 관한 이야기 등 과학과 우주의 신비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여우로 분장한 배우와 아이들이 어우러져 들려주는 노래는 자연의 경이를 일깨워준다.
일본 특유의 세계관이 과학과 서사로 포장돼 있다. 손 안에 담긴 달빛을 미분하고 적분해 우주를 이루는 소립자를 추출한다는 등 상상력에 근거한 줄거리가 객석에 삼투된다. 브레히트의 서사 기법 등 연극 이론에다, 비현실적인 조명 효과 등 감각적 장치에 의한 무대에 과학과 환상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연출이 돋보인다. 상황에 맞는 춤과 노래가 적극 원용된다.
'고래가 사는 어항' 등을 연출해 서정적이고도 환상적인 기타무라의 세계를 소개한 연출자 김동현씨는 "'연극은 장난감'이라는 원작자의 생각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가 2000년 극단 백수광부에서 연출한 '고래가 사는 어항'(원제 '나사와 시계추')은 일본 연극의 서정적 측면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무대로 기록됐다.
기타무라 소우는 일본 극단 프로젝트 나비의 대표로 '호기우타' 등 현대 일본 연극의 경향을 이끌어가는 작가. '눈속을 걸어서'는 잘 알려진 만화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됐던 연극 '눈길 건너가'에 착안, 그가 만든 성장 우화다. 황영희 백익남 등 출연. 12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스페이스.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30분, 일 4시. (02)745-0308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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