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근본 규범인 헌법의 조문에 오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헌법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은 물론이고 일반 법률에도 조문에 있는 잘못된 어법이나 단어를 고치기 위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따라서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잘못된 원문을 그대로 써야 한다.
한나라당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2일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그 논거는 헌법 72조로이다. 72조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붙일'은 '부칠'의 오기이다. '어떤 문제를 다른 곳이나 다른 기회로 넘기어 맡기다'는 의미에서 '부치다'를 쓰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회가 헌법을 개정할 때 실수한 것은 아니다. 현행 한글맞춤법은 1988년 정식 고시돼 89년부터 시행됐다. 현행 헌법은 87년 개정됐으니 한글맞춤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국립국어원 김세중 공공언어지원단장은 "한글맞춤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붙이다'와 '부치다'가 혼용됐다"며 "헌법이 개정된 87년에는 판단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서 어법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법학과)는 "철자가 틀렸다고 해서 헌법 조문을 함부로 고칠 수 없다"며 "법조문의 오기는 법이 개정될 때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은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과반수가 발의_대통령 공고(20일 이상)_재적의원 3분의2 찬성으로 국회 의결(공고 후 60일 이내)_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유권자의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등의 절차를 거쳐 고쳐진다. 헌법 조문의 오자를 고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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