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통이 재미없다 하는가.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남한산성'과 '영웅'은 진중한 주제 속에서도 전통 문화로 웃음 코드를 찾아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남한산성'에서는 인형극이 특기인 훈남과 순금이라는 부부 광대가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1막 7장 '꼭두각시 놀음'은 극중극으로 전통연희를 계승한 마당극을 연상시킨다. 병자호란에 지친 병사들 앞에서 순금이 짚으로 된 신하 인형을 들고 "전하 전하 전하 전하, 화살 화살 화살 화살"이라 노래하면, 임금 인형을 든 순남은 "대신 대신 대신 대신, 니가 맞아라"고 응수한다.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인조를 언어유희를 통해 풍자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들은 전통가락을 덧입힌 음악에 대구를 이루는 구수한 입말을 붙여 극 곳곳에서 흥을 돋운다. 경박스런 여인네 순금과 푸근한 훈남 캐릭터는 민중의 삶에 초점을 맞춘 원작에도 부합하는 인물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앞둔 우덕순과 조도선이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린다. 서양식 뮤지컬 넘버가 이어지다 순 우리 가락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영웅'의 백미. 관객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춰가며 같이 아리랑을 부른다. 무뚝뚝한 조도선이 뻣뻣한 어깨춤을 추며 노래하는 "러시아 아내는 나를 말리다가/ 욕하며 도망갔다네 홀아비가 됐네"란 가사는 아리랑의 해학미를 여실히 드러낸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기존 뮤지컬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다른 장르와 충돌을 시도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전통도 대중화 작업을 거치면 얼마든지 요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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