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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팔짱만 끼고 있겠다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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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팔짱만 끼고 있겠다는 與

입력
2009.11.0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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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무익한 논쟁을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

세종시 수정 추진 논란으로 정국이 달아오른 가운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3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한 얘기다. 여권 내부에서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의 계파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을 의식해 '숨 고르기'를 하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일 것이다.

하지만 안 원내대표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당장 야권은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쏟아냈고, 한 친박계 의원도 "토론도 없이 수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물론 안 원내대표 입장에선 지금의 상황이 몹시 못마땅할 것이다. 정운찬 총리의 발언으로 예기치 않게 세종시 문제가 정국 현안으로 급부상했고, 세종시 논란은 10ㆍ28 재보선에서 악재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지 수가 틀렸다. 지금의 논쟁이 무익한지는 차치하더라도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얘기를 꺼내지 말자는 주장은 무책임한 얘기다. 정치의 본령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해내는 것이고, 집권여당에겐 그 책임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다.

지금 한나라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더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당론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또 당정회의를 통해 당의 의견과 국민 여론을 정부측에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는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든 정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꼬이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간 세종시 건설을 '미래 세대와의 약속'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는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입을 다물자'고 한다. 정 총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비판이 설령 오해에서 비롯됐다 할지라도 '비겁한 여당'이란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양정대 정치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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