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가 세종시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논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원안 추진 입장과 수정 입장간 무익한 논쟁과 극한 충돌을 막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결정 과정의 중요한 축인 한나라당이 정부측에 대안 마련을 떠 넘기며 한 발 비켜서려는 태도는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세종시 문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당내에 세종시 문제를 다룰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안 원내대표의 논쟁 중단 제의는 이런 흐름과 맞지 않는다. 분출하는 당내 원안수정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 리도 없다. 중립파인 이한구 의원이 어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가재정을 들어 원안 외의 다른 수정안에 대해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이 좋은 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고수 입장 천명 이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친박계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그제 친박계 이성헌 사무부총장의 사퇴에 이어 친박 의원들의 여의포럼이 어제 모임을 갖고 원안 고수 의지를 다졌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나라당이 정부안 마련을 핑계로 수수방관하는 것은 사태 해결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까지 공식적으로는 원안 추진 입장을 취해온 한나라당이 대안 마련에 앞장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원안 추진을 포함한 대안 모색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보다는 기층 조직을 갖춘 한나라당이 현장 분위기를 훨씬 잘 파악할 수도 있다. 국민과 충청도민의 기류를 읽고 설득하는 것도, 수정으로 결론이 날 경우 법안 처리를 주도하는 것도 한나라당의 몫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명분과 당내와 야당의 기류, 충청도민을 포함한 국민 전체 여론의 흐름상 수정안을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원안을 관철시키는 것 역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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