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장평중 1학년 4반. 학생들이 칠판 한 켠에 자리잡은 스크린 화면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상영중이었다. 대화는 한글 자막 없이 영어로만 진행됐다. 15분 상영시간 동안 자리를 뜨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학생은 대사를 따라 하기꺄지 했다.
이후 담임교사의 간단한 조회가 끝나고 1교시 준비를 알리는 벨 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은 일제히 어디론가 향한다. 영어말하기 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영어전용교실로 이동한 것이다.
일반교실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의 영어전용교실은 조별 모임이 가능하도록 이동식 책ㆍ걸상이 있다. 벽에는 각종 숙어를 쉽게 설명한 만화가 그려져 있고, 각종 영어교재가 즐비하다. 칠판도 터치스크린형태의 전자칠판으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영상자료의 수업을 할 수 있다. 외국 학교에 온 듯하다.
학생들은 외국식당의 직원 역할과 고객 역학을 번갈아 가며 영어로 대화했다. 지도교사 김이향씨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이는 영어표현 위주로 영어대화수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평중은 3월 교육과학기술부 영어회화 정책연구학교로 지정됐다. 전국16개 시ㆍ도 중 서울지역 대표학교다. 2011년 2월까지 2년 동안 시범학교로 운영된다.
교과부는 회화수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장평중을 연구학교로 지정했다. 연말까지 연구학교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뒤 내년부터 일반 중ㆍ고교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장평중도 다른 중학교 처럼 영어수업 시간은 같다. 1~2학년은 3시간, 3학년은 4시간이다. 그러나 주당 3~4시간의 영어수업 중 2시간을 회화시간으로 편성해 학생들이 피부에 와 닿는 영어를 익히게 하고 있다.
한국인 교사와 이뤄지는 영어대화수업은 주당 1시간씩 이뤄지며 공항의 출입국 절차, 상점, 식당, 서점, 놀이공원 등 주어진 상황에 맞게 조를 짜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이뤄지며 한국인 교사는 설정된 상황에 맞게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외국인교사와 이뤄지는 순수회화시간에선 발음과 억양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의 회화능력 차이를 고려해 수준별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주2회 애니메이션 아침영어방송은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다. 한글ㆍ영어자막 방송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영어대화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장평중은 또 학년별로 '장평 실용영어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이는 '실용영어표현 50선'을 선정해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측은 영어회화수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이뤄진 대화내용 등을 정규고사에 반영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와 학생이 일대일로 주고 받는 영어말하기 평가도 매 학기 치러 정규고사점수에 30%이상 반영하고 있다.
장평중이 시도하고있는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학습은 교사들의 열정도 한 몫 했다. 올해 초 '영어교육부'가 만들어져 학년별 영어수업 모형과 평가 방법을 개발했다.
영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각 교실 급훈, 시간표 등을 모두 영어로 작성했고, 복도와 계단, 난간 등 학생들이 교내에서 이동하는 공간에 영어게시판, 간단한 회화 문장 등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영어학습 중심의 환경도 조성했다.
특히 학교 홈페이지에 영어 담당교사들이 직접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 맞춤식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학년 이지은(15) 양은 "학원에 비해 외국인강사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다양한 활동위주의 영어회화수업이 이뤄져 말하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과제도 있다. 영어수업시간과 영어교사를 늘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성태 교장은 "영어수업시수 확대와 전문 회화교사 증원 배치 등의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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