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종플루 전염병위기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일제 휴교령이나 이동 제한 등의 사회적 차단 조치 없이 제한적인 대책만을 내놓았다.
현 상태에서 사회적 격리가 효과는 적은 반면 사회ㆍ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고육지책이지만 일선 의료현장과 국민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격상 후속조치의 골자는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학생예방접종 완료 시기를 당초 6주에서 4~5주로 단축 ▦12월 중 항바이러스 주사제 '페라미비르' 응급사용 허용 ▦중증환자 비상대응 강화 ▦거점병원을 입원중심 기능으로 전환 등이다.
지난주 대정부 담화문을 발표할 때만 해도 위기단계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정부가 방향을 일주일 만에 선회한 것은 신종플루의 확산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져 더 이상 지금의 대응태세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복지부 이덕형 질병정책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유행선언에도 불구, 그동안 정부가 위기단계를 올리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국민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더는 이를 늦추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확산추세로 볼 때 4,5주 후인 이달 말쯤 유행의 피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입원환자와 중증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달 중순까지 하루 감염환자 수는 1,500여명 수준이었으나 셋째 주 4,220명, 마지막 주에는 8,857명으로 불과 2주 만에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건당국은 이 추세라면 매주 감염환자가 6만~10만 명씩 증가하는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사태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심각' 단계에 어울리는 강도 높은 대책은 취하지 않기로 했다. 사태는 심각하지만 이미 심각 단계에 준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고, 일제 휴교령이나 이동 제한과 같은 사회적 차단 대책이 오히려 국민생활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이제라도 국민에게 위험을 알린 것을 알리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운 것은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강도 높은 사회적 차단 조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국민 행동요령이나 대중활동 제한 기준 등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신종플루가 이미 급속도로 확산되고 날씨도 추워진 상태에서 여론에 떠밀려 어중간한 대책을 내놓은 것 같다"며 "휴업ㆍ휴교 지침에 대한 기준도 없어 학교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부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이럴 바에는 격상조치보다는 차라리 분야별로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주고 홍보하는 게 나았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사진=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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