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자가 무슨 봉이냐!"
국회가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신설해 '부자 감세' 논란을 잠재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자, 일부 고소득층에게서 터져 나오는 불만이다. 과표 1억~1억2,000만원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적용하게 되면, 결국엔 억대 연봉자는 감세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자들의 반발'엔 과장된 측면이 많다. 현재 국회 등에서 검토되고 있는 시나리오 별로 소득세 변화를 살펴본 결과, 감세 자체를 유보하지 않는 한 어떤 경우든 과표 1억5,000만원 이하의 소득자라면 올해보다 소득세 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표는 연간 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연금보험료 공제, 특별공제 등을 제한 나머지 액수. 따라서 실제 연봉기준으로 약 1억8,000만원이 넘지 않는다면 내년에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시나리오 1: 내년 예정된 감세는 그대로 진행하되 '1억원 또는 1억2,000만원 초과'의 최고 과표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세율인 35%를 물리는 방안.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내에서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 경우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준이 올해보다 높아지는데다, 낮은 과표구간세율이 인하되는 만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올해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표 1억5,000만원(연봉기준 약 1억8,000만원)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올해보다 세 부담이 100만~200만원 줄어들고, 감세 전인 작년과 비교를 하면 350만~450만원이나 낮아진다. 과표 4,600만원(연봉 기준 6,000만~7,000만원)인 근로자의 세금이 올해보다 내년에 고작 34만원 낮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나리오 2: 예정대로 감세는 진행하되 과표 1억2,000만원 초과분에는 세율을 40%로 적용하는 경우. 그러나 이렇게 해도 어지간한 고소득층이 아니면 올해보다 세금이 늘지 않는다. 올해와 세금이 비슷해지는 지점이 과표 1억5,000만원으로 세금이 올해(3,836만원)보다 10만원 늘어난다. 연봉으로 따지면 1억8,000만원에서 2억원은 넘어야 내년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3: 기획재정위 소속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이 발의한 방안으로 내년 예정된 추가감세를 전면유보하고, 과표 1억2,000만원 초과분에는 40% 세율을 물리는 것이다. 이 경우 과표 1억5,000만원 소득자는 올해보다 세 부담이 150만원 증가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 조차도 감세가 시작되기 전인 작년과 비교를 하면 오히려 100만원 줄어든 금액이다. "왜 우리만"이라는 억대 연봉자의 항변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재정 악화 등을 감안해 소득세는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라며 "감세라는 모토에 얽매이지 말고 유보를 하든 최고구간을 신설하든 대안 마련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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