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다시 논쟁의 시절이 찾아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으로 일시 중단됐던 좌표설정 고민이 다시 물위로 떠오른 것이다. 정세균 대표가 10ㆍ28 재보선 승리 후 그간 묵혀 뒀던 고민을 화두로 꺼낸 것이 계기가 됐다.
정 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정부 10년의 정체성에만 매달리지 않고 좌우를 뛰어넘겠으며, 서민ㆍ중산층에 도움이 된다면 심지어 우측의 정책도 취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과감한 변화'를 예고했다. 이 발언은 '정세균 독트린'이란 용어로 회자되고 있다.
대권주자 레이스에 돌입한 정 대표가 "투쟁 위주 노선으론 수권이 어렵다"는 외부 지적을 과감히 받아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대표는 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창의적, 창조적 계승ㆍ발전"이라고 부연 설명하며 변화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당의 진로 및 정체성과 직결된 대목이라 논쟁이 불가피하다. 지난 5월 옛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교훈 삼아 '현대화'의 길을 걷겠다는 뉴민주당 플랜 초안이 당 일각의 '우경화' 비판과 맞닥뜨렸던 상황과도 비슷하다.
일단 정 대표의 방향 설정에 대해 당 주류와 중진들은 긍정적 입장이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 대표 발언은 뉴민주당 플랜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며 "이념적 접근을 뛰어넘어 결국은 민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되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취지라면 동의한다"고 했고, 서갑원 의원은 "진보를 아우르면서 더 넓은 지점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라면 찬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주류측 반응은 사뭇 다르다. 재야파 수장인 김근태 전 의원은 이날 전남대 특강에서 "민주당은 투쟁성과 개혁성을 크게 강화해야 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의원은 이를 "토니 블레어식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식이어야 한다"는 말로 압축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용주의와 뭐가 다른지 모호하다.
야당이길 포기하는 것이냐"(문학진 의원)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최근 미디어법 헌재 결정에 항의해 의원직 사퇴서를 낸 장세환 의원은 "지금이 어떤 때인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논쟁은 차기 대선주자 경쟁의 성격도 내포돼 있어 자못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다. "과감한 변화가 계파정치의 수단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조경태 의원)는 반응은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중요한 건 좌표 논쟁이 아니라 서민ㆍ중산층 정책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것"(추미애 의원)이라며 논쟁보단 실천성 확보에 방점을 두는 의견도 상당하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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