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TOEFL)은 유학은 물론 입시ㆍ입사ㆍ연수용으로도 널리 활용되는 시험. 웬만한 학생이나 졸업생이라면 안 치러 본 사람이 없을 터이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국내에서 12만5,655명이 토플 시험을 치렀다. 응시자수로는 세계 최대다.
토플 시험을 치르려면 한번에 170달러의 응시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지불된 돈이 지난해 총 250억여원. 하지만 이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응시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당국이 과세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3일 미국 ETS가 ETS코리아를 통해 토플 시험으로 한국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현재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TS는 토플 뿐 아니라 토익(TOEIC),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 대학원입학 자격시험(GRE)을 주관하고 있는 기관. 토익의 경우 국내 대행사(YMB시사영어사)가 ETS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의 일부를 떼는 방식으로 세금을 내고 있지만, 토플과 SAT, GRE는 직접 주관하면서 발생한 응시료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특히 텝스(TEPS) 등 국내 토종 영어시험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토플과 경쟁하고 있는 국제공인영어능력시험인 아이엘츠(IELTS)의 경우 주관사 한국법인이 응시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우리나라에서 모두 내고 있어 토플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이엘츠는 영국 캠브리지대가 출제하고 IDP에듀케이션(호주대학총장협회)과 주한영국문화원이 공동 주관하는 시험으로, 국내서는 지난해 2만5,000명이 응시했다. 응시생이 13만명 가까운 토플에 비해 열세지만, 세계적으로는 연평균 응시자가 120만명으로 토플(80만명)보다 훨씬 많다.
이에 대해 ETS 측은 ▦시험 접수와 진행 등 실질적 업무를 하고 있는 대행업체가 세금을 내고 있고 ▦ETS코리아가 시험의 운영ㆍ배포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토익 등과 달리 승진, 취직 목적이 아닌 영어권 대학진학 목적인 만큼 영리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응시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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