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재선에 성공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측근들에 대한 숙청까지 포함한 강력한 개혁압박에 직면했다. 아프간 정부의 도덕성 회복 없이는 탈레반의 저변 확대를 막을 수 없고 아프간 전쟁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3일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과 유럽국가 등 아프간 파병국들이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반부패 위원회 설치, ▦심각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측근들에 대한 숙청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숙청대상자의 명단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의 동생이자 아프간 불법아편거래를 활성화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아메드 왈리 카르자이, 탈레반 수감자 수 천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육군참모총장, 역시 마약거래에 연루된 혐의가 있는 무하마드 카심 파힘 전 국방부 장관 등 3명이 꼽힌다. 파힘 전 장관은 카르자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오를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재선 축하 전화를 하면서, 부패척결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해 미 정부의 강력한 입장을 전했다.
실제 아프간 부패 척결은 아프간 추가 파병 문제만큼이나 미국 정부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추가 파병을 결정하기 위한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도 항상 아프간 정부의 부패 문제가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카르자이 정부의 만연한 부패와 마약밀매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저변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파병국들이 8년 동안이나 아프간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탈레반이 눈에 보이는 적이라면,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는 내부의 적인 셈이다.
일단 카르자이 대통령도 미국의 이런 요구에 화답해 "부패 척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안이 없어 다시 재신임됐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패척결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얼마나 강력한 실행이 뒤따를지는 미지수다. 부패 혐의에 연루된 주요 인물들이 카르자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거물급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카르자이의 재선 성공에는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몇 차례 전략회의를 더 개최한 뒤 수주 안에 아프간 추가 파병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카르자이 대통령이 "탈레반 형제들이 (숨어서 지내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반대파와 탈레반도 정부 구성에 참여할 수 있다"고 탈레반 유화정책을 펼 계획을 밝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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