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연구는 선사 고고학의 핵심이다. 그 나라에 구석기 유적이 있느냐 없느냐가 국제 고고학계에서 선사고고학 연구의 척도가 되고 있다. 광복 후 남한 지역에서 구석기유적 발굴은 1964년 연세대 박물관이 실시한 공주 석장리 유적이 효시이다. 이후 78년 4월 어느 날 연천군 전곡읍 한탄강변 대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 유물이 발견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발견자가 당시 동두천에 근무하던 그렉보웬이란 미 공군 병사라는 사실이다. 그는 그날 평소 사귀고 있던 한국 여성과 같이 한탄강유원지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여성이 발에 걸리는 석영석을 주워보니 생김새가 이상했다.
그래서 그 돌을 기념으로 가져 가겠다며 병사에게 자랑했다. 그렉보웬은 이 돌이 구석기 유물임을 알고 주변에서 몇 점의 유물을 더 채집했다. 그리고 이를 서울대 박물관장인 김원룡 교수에게 알리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이 전곡 구석기 유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김 교수는 영남대학교 교수로 있는 제자 정영화를 불러 이 유적을 조사하게 되었다. 현장조사 결과 수습되는 유물이 전기구석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발굴조사를 서두르게 되었다.
구석기시대란 인류가 최초로 도구를 사용했던 지금으로부터 약 250만년 전부터 시작되어 마지막 간빙기가 시작되는 약 1만년 전까지의 장구한 기간이다. 250만~10만년 전까지의 기간을 구석기 전기로, 10만년 전에서 약 4만년 전까지의 기간을 구석기 중기로 그리고 4만년 전에서 1만년 전까지를 구석기 후기로 구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곡 구석기 유적에서 발굴된 대표적인 유물 가운데 주먹도끼의 형태가 프랑스 전기구석기 유적 가운데에서도 20만~30만년 전 구석기 유적에서 출토되는 주먹도끼와 유사성이 있어 구석기 고고학에 있어서 세계적인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이 때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에는 유럽ㆍ아프리카와는 달리 주먹도끼 문화가 없다는 것이 세계고고학계의 정설이었는데 전곡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주먹도끼가 발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요성이 보도되자 박정희 대통령이 비서를 보내 격려금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고학 발굴사상 발굴조사 현장에 대통령이 비서를 보내 격려한 사실은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일로 기록되고 있다.
연천군에서는 구석기 유적 현장에서 해마다 어린이날에 맞춰 전국적인 구석기 축제를 해 오고 있고, 경기도에서는 2010년 세계적인 전곡 구석기 박물관을 준공하여 전곡을 세계 구석기 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이같이 우연히 발견된 구석기 유물 하나가 세계적인 유적으로 탄생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렉보웬은 미국 아리조나대에서 고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사귀는 여성이 주워온 돌을 보고 구석기 유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과적으로 전곡 구석기 유적의 발견은 한국 구석기 고고학의 발전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유적이 되었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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