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역에서 광흥창역 사이의 담벼락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가 붙었다. 요즘은 심견(尋犬) 광고도 심심치 않게 본다. 그 앞에서 전단지를 읽는 한 사내의 표정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살기 힘든데 기껏 개라니'라는 표정 같기도 하고 어릴 적 키우던 잃어버린 강아지가 생각난 듯한 표정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장소가 이곳과는 정반대 쪽이다. 전단지를 붙이기 전에 이미 이 주변을 샅샅이 훑었던지 홍대 근처에서 강아지를 보았다는 제보가 있었노라고 적었다. 개가 평소 주인과 같이 다니던 곳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고 생각한 주인은 아예 홍대 일대에 전단지를 쫙 붙인 듯하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다는 이 강아지의 이름이 재미있다. 명품 브랜드 이름이다. 나라면 웬지 명품을 좋아하는 속물성을 들킬까봐 집에서만 그 이름으로 불렀을 것 같다.
개 전용 호텔에서 묵고 값비싼 사료를 먹고 명품으로 치장하는 명품 강아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강아지야말로 명품 중 명품이란 생각도 들어 웃음이 났다. 그런 이름을 주저없이 붙인 주인들이 궁금했다. 전단지를 만들고 붙인 것은 남편이었다. 그는 강아지를 잃고 식음을 전폐한 아내 걱정이 컸다. 찾아주는 분께 후사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며칠 뒤 다시 본 담벼락, 누군가 고의로 떼어냈는지 강아지를 찾은 주인이 수거한 것인지, 심견 광고가 온데간데없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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