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장'에서 '시장'으로 한 순간에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 거점으로 의미가 더 컸던 중국이 금융위기 이후에는 우리 기업들이 적극 공략해야 하는 전략 시장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대중(對中)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2일 지경부의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20일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수출이 37.4%나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일본으로의 수출(-22.5%)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19.0%)도 여전히 마이너스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수출은 9월부터 상승 반전했다. 우리나라 수출 회복세를 사실상 중국의 내수 부양 정책이 견인하는 셈이다. 실제로 10월1~20일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 비중에서 중국은 역대 최고치인 26.7%를 기록했다. EU(13.1%)와 미국(9.1%) 수출을 합쳐도 중국만 못하단 얘기다.
이미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는 2일 중국 베이징 SK타워에서 '최고경영자(CEO) 전략 세미나'를 개막했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이번 세미나는 SK(주), SK텔레콤, SK에너지, SK네트웍스 등 각 계열사 CEO 13명이 모두 참석, 4일까지 열띤 토론을 벌인다. 중국을 비롯, 글로벌 사업 전략이 주요 안건이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말 매입한 SK타워에 각 계열사가 모두 입주한 뒤 처음 열리는 CEO 전략 세미나라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반드시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장이란 점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5일 SK㈜ 이사회에, 6~8일엔 베이징 포럼에 참석한다. 해외 인수ㆍ합병(M&A)을 주도하는 SK㈜ 이사회가 중국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과 베이징대가 공동 주관하는 연례 학술행사인 베이징 포럼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에로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등이 강연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는 LG도 마찬가지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중국은 이제 LG의 해외 사업을 뒷받침하는 생산 거점이 아닌 '동반성장'해야 할 전략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이어 중국 현지 고객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더욱 노력해 줄 것 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이 이처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것은 최근 중국이 세계 가전시장 가운데 가장 왕성한 소비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중국은 디지털방송의 전국화와 이동통신 3세대 서비스의 시작으로 디지털 TV와 휴대폰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LG는 이미 중국에 디스플레이 부품에서, 모듈, TV완제품에 이르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요 부품 등을 중국으로 가져간 뒤 이를 중국 생산 공장에서 조립, 미국이나 다른 시장으로 수출하는 일이 많았는데 최근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바로 중국 내수 시장에다 파는 일이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일본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도 우리가 중국 내수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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