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가 전 지구적인 현상인 이상, 그 경제적 피해도 세계적일 수 밖에 없다. 정도차는 있겠지만, 신종 플루의 확산은 회복국면에 접어든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임은 자명하다.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이중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해 9월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신종 플루 전개 양상이 홍콩 독감(1968년) 당시와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0.7% 감소하겠지만, 스페인 독감(1918년) 수준에 맞먹는 최악의 국면으로 발전하면 글로벌 GDP가 4.8%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전망하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1%인데, 신종 플루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1.7%까지 추락하면서 올해(-1.1% 전망)보다 더 악화돼 '더블 딥(이중 침체)'가 현실화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 와코비아은행 역시 신종 플루의 대유행 정도에 따라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저 -0.7%포인트, 최대 5%포인트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렇게 신종플루 대유행이 극심해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급감하게 되면, 세계 교역량이 최대 22%까지 축소된다는 게 이들 분석기관의 추정. 금액으로는 3조달러에 육박한다. 당연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국내 연구기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시나리오 별로 모형 분석을 한 결과 신종 플루 대유행이 장기간(1년) 이어지는 경우 글로벌 GDP가 최대 8.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플루의 영향이 단기에 그치는 경우에도 성장률이 0.5에서 5.0%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들이 상당히 과대 포장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국 국토안보부 보건국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신종 플루가 미국 GDP의 1% 정도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로버트 훅스 부차관보는 "미국 경제에 약간의 충격을 가하는 정도"라며 "이는 적당하면서 통제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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